[의사 선생님 내 심장이…]<3>부정맥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코멘트
부정맥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임상전기생리학 검사를 하는 모습. 혈관을 통해 심장의 여러 부위에 여러 개의 가느다란 철사줄을 넣어 인위적인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부정맥을 유발시키는 검사법이다.
부정맥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임상전기생리학 검사를 하는 모습. 혈관을 통해 심장의 여러 부위에 여러 개의 가느다란 철사줄을 넣어 인위적인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부정맥을 유발시키는 검사법이다.
평소 건강하던 전병분(65·충남 천안시 쌍용동) 씨. 최근 아들 홍성복 씨에게 줄 반찬거리를 가지고 아들집을 찾았다가 갑자기 실신을 했다. 컥컥 소리를 내고 몸을 비틀어대며 눈동자가 돌아간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란 홍 씨는 정신없이 어머니의 가슴과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전 씨는 5분 만에 정신이 돌아왔지만 멍한 상태가 30분 정도 지속됐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뇌 관련 검사를 다 받았어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각종 검사를 다 받았는데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거예요. 폐에도 이상이 없었고요.”

전 씨는 1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본관 2층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를 찾았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던 김 교수는 부정맥을 가장 먼저 의심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진 상태. 심장 박동에 이상이 생겨 분당 60∼100보다 빨리 뛰거나 천천히 뛰거나 혹은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다. 심장의 펌프질이 제대로 안 돼 혈압이 떨어져 실신할 수가 있다.

“대부분 부정맥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만 생각하는데 실신도 부정맥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증세예요.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은 바로 급사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실신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김 교수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실신은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거나 심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식사 후 앉았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종종 생긴다”며 “이 경우엔 실신 직전에 기운이 빠지고 어지럽고 하품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있기 때문에 이런 징후가 보일 때에는 즉시 자리에 누우면 실신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씨의 경우에는 △특별한 외부 자극이 없었고 △속에 메슥거림도 없었고 △깨어나서도 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상황을 들어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으로 의심된다고 김 교수는 판단했다.

“부정맥으로 인한 실신은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감춰진 시한폭탄과 비슷하죠. 우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 입원을 해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면서 심전도를 체크하는 운동부하 검사와 24시간 일상 활동을 하면서 심전도를 체크하는 ‘활동 중 심전도 검사’ 및 심장 내에 전기적인 자극을 줘 부정맥을 유발시키는 ‘임상 전기 생리학적인 검사’ 등을 해야 됩니다.”

―부정맥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뒤 엄지손가락 쪽 손목 부위를 반대편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맥박을 확인하는 거죠. 맥이 규칙적이지 않다든지(조기박동), 특별히 운동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1분 동안 100회 이상 빠르게 뛴다든지(빈맥), 아니면 1분 동안 맥박이 60회 이하(서맥)라면 부정맥으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아주 거친 진단이고 평소엔 부정맥이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는 않아요.”

전 씨는 바로 다음 날 입원했다.

일반적인 심전도 검사나 활동 중 심전도 검사에서는 정상이었지만 운동 시 부하검사에서 부정맥이 발견됐다. 전 씨는 빈맥성 부정맥 중 가장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실 빈맥이었다. 심실은 피를 온몸으로 뿌리는 심장의 핵심 펌프기관. 심실 빈맥이 발생하면 심장기능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전기충격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전 씨는 부정맥을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줘서 정상으로 돌리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카페인-음주는 금물 과도한 운동 피해야

부정맥 질환은 심장질환에서 3위를 차지한다. 평상시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이 아프거나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머리가 어지럽다는 등의 증세를 호소한다. 심할 때는 졸도를 하거나 중풍이 생길 수 있으며 심장정지로 돌연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실신을 경험한 환자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의 심장병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상 돌연사 병력이 있거나 △실신 직전까지 아무런 사전 증세 없이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실신 당시 환자 얼굴이 시퍼렇게 되거나 △사지 경직, 경련을 일으키고 갑자기 대소변이 나오거나 △의식 회복 뒤에도 금방 주위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엔 심각한 부정맥이 의심되니 지체 말고 심장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도록 한다.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심장을 흥분시킬 수 있는 카페인이나 음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심각한 부정맥 환자들은 과도한 운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준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다음 순서는 최근 증가 추세이며 심장수술 중 3위를 차지하는 심장판막증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는 분은 e메일(health@donga.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