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X파일]“제주 즐겁게 다녀오는 법 좀 알려줘”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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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얼마 전 내 ‘18번’은 가수 최성원이 부른 ‘제주도 푸른 밤’으로 바뀌었다.

1년 동안 스무 번이 넘는 출장, 눈 덮인 한라산 등반, 공항에 발을 묶은 20년 만의 폭설…. 제주도에서 보낸 지난 한 해는 애창곡까지 바꿀 만큼 추억들로 가득하다.

전자통신연구원 창립기념일인 4월 6일. 우리 팀원들은 휴가를 반납하고 제주도로 향했다. 국내 처음으로 텔레매틱스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제주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마련한 특별한 일정이었다. 본격적인 실험을 위해 몇 개월을 꼬박 제주에서 지내려면 무엇보다 현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날 저녁 동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들 행색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과 땀에 흠뻑 젖은 동료들의 얼굴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한라산에 폭설이 내렸던 것. 그것도 20년 만에 내린 최악의 폭설이었다.

궂은 날씨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항공기 운항이 끊긴 공항에서 결국 우리는 꼬박 이틀을 꼼짝없이 지내야만 했다. 우리 같은 ‘낯선 이방인’에겐 정말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요즘 나와 동료들의 관심은 온통 제주도에 쏠려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원하는 곳을 편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똑똑한 길라잡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무선단말기 하나로 섬 어디에서건 자신의 위치와 지역정보, 뉴스 같은 정보를 쉽게 받아보게 하는 것이 우리 연구의 최종 목표다.

무엇보다 제주 구석구석의 지형과 특색을 잘 파악해야 했다. 서비스가 잘되는지, 그 지역에 꼭 필요한 서비스는 없는지 등을 알려면 면밀한 현장 조사와 이해가 필요했다. 정보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렇게 하루 12시간 이상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강행군을 몇 달 동안 계속했다. 그 사이 우리는 섬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제주 토박이’가 돼 버렸다.

물론 강행군이었지만 그만한 ‘보상’도 돌아왔다. 연구를 하면서 동시에 제주도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맑은 공기와 뭍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은갈치처럼 신선한 해산물도 실컷 맛볼 수 있었으니 그만하면 보상은 충분히 받은 셈이다. 해가 바뀐 지금도 제주도로 가려는 동료와 친구들은 내게 물어본다.

“제주도 귀신 다 됐다며? 값싸고, 재미있게, 또 의미 있게 제주도를 다녀오는 방법 좀 알려 줘봐”라고.

임동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텔레매틱스 연구팀장 dsl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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