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고대문명이 사막에서 꽃핀 까닭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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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고대문명이 모두 큰 강을 끼고 탄생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고대문명이 모두 사하라 사막, 아라비아 사막처럼 현재로서는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사막을 끼고 발달했다는 사실은 놓치기 쉽다. 고대문명이 왜 양쯔 강이나 갠지스 강처럼 비옥하고 습윤한 지역이 아니라 황허 강이나 인더스 강처럼 건조하고 척박한 지역에서 탄생한 것일까.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이전의 동굴벽화에는 지금의 사막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하마, 물소 등의 동물이 등장한다. 사해, 차드 호 등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많은 호수는 이전에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지역이 과거에 지금보다 더 강수량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많은 지질학적 자료의 분석 결과 이렇게 온난다습했던 기후가 고대문명이 탄생하던 기원전 3000년경부터 지속적으로 건조해지기 시작했다.

온난다습한 시기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 충분히 자급자족의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시인들은 원인불명의 건조화가 진전됨에 따라 고향을 떠나 큰 강 유역으로 몰려들었으며 빗물이 아닌 강물로 농사를 짓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강물을 농토로 끌어들이는 관개사업을 한 것이다. 이는 인류 최초의 대형토목공사로 대규모의 정치조직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도시, 문자, 계급사회처럼 문명의 요소들이 나타났다. 아울러 이전보다 농업생산량이 대폭 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대문명이 꽃피게 됐다.

그러나 강물은 먼 곳으로부터 흘러드는 과정에서 석회 같은 광물질을 다량 포함하게 된다. 건조한 기후에서 관개사업으로 농토에 들어온 강물은 증발하면서 마치 염전에서 소금이 남듯 석회를 축적시켜 농토를 점차 황폐화시켰다. 이 농토의 황폐화로 인해 고대문명은 스스로 붕괴됐다.

어쩌면 기후의 건조화와 농토의 황폐화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농업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개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현대사회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지구온난화를 점점 더 촉진시킬 수밖에 없는 것처럼.

노의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no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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