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남성 성기능 장애]서울대병원 백재승교수

  • 입력 2001년 8월 26일 18시 21분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교수(48)는 7년 전에 진료한 남성 환자를 떠올릴 때마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40대 중반의 이 환자는 교통사고로 골반과 요도, 괄약근 등을 크게 다쳐 정상적인 성생활은 커녕 스스로 소변조차 볼 수 없었던 상태였다.

이 환자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도 치르겠다”며 눈물로 하소연했다. 백교수는 고민 끝에 환자에게 ‘인공괄약근 이식술’과 ‘음경 보형물 삽입술’을 동시에 시술했다.

난이도가 높은 두 가지 수술을 한꺼번에 시술한 것은 당시로는 이례적이었다. 수술은 성공했고 포기했던 ‘남성의 삶’을 되찾은 환자는 백교수를 ‘평생의 은인’이라며 힘껏 껴안았다.

백교수는 10여년 전 남성 성기능 장애 및 남성불임 치료에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을 본격 도입한 인물이다. 새 수술법은 기존 외과적 수술로 실패한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고 매년 100여차례의 시술과 높은 성공률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백교수는 병원에서 ‘오전 7시’로 불린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7시만 되면 연구실로 출근해 책과 씨름하는 그에게 선후배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

이런 성실함은 평생 동안 누구보다 일찍 병원에 나와 연구에 몰두했던 스승인 고 이희영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다. 때문에 그는 제자들에게도 머리 똑똑한 의사보다는 성실한 의사가 될 것을 강조한다.

89∼91년 미국 유학시절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리는 그는 ‘독종’으로 통했다. 그러나 끈기와 성실함의 ‘열매’는 달기 마련. 그의 연구 논문은 세계적인 비뇨기과학 전문서적에 실렸다. 이후 94년에도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의 작용 메커니즘’이란 논문이 이 전문서적 최신판에 실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밖에도 세계 유명 학술지에 3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국내 비뇨기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백교수는 “타고난 체력을 믿기 때문에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며 “적절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오히려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고칠 수 있는 환자가 있다는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남성 성기능 장애의 종류와 원인은.

“전체 환자의 70∼80%가 발기부전이고 그 다음이 조루 등이다. 50∼60대 환자가 대부분인 발기부전은 10명 중 8명이 신체적 질환이고 나머지는 심리적 원인 때문이다. 신체적 질환은 당뇨병, 동맥경화증, 뇌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다. 발기는 음경 속에 든 가죽주머니에 혈액이 꽉 들어차 팽창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들 질환으로 혈관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고개 숙인 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발기부전과 조루의 치료법은.

발기부전의 경우 대개 비아그라 등 각종 약물로 치료하면 70∼80%의 효과를 본다. 다음은 문제가 생긴 음경의 혈관을 다른 혈관으로 교체하는 ‘음경혈관 재건술’. 그러나 만성질환으로 몸 전체의 혈관계가 고장난 경우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음경에 보조물을 이식하는 ‘음경보형물 삽입술’을 들 수 있다. 언제든지 성생활이 가능하고 만족도도 높은 편이지만 기계적 고장과 수술 후 감염 등 부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조루는 주로 사정을 담당하는 신경계를 조절할 수 있는 약물로 70%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흔히 시행되는 음경확대술, 신경차단술 등의 효능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국내외 각종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발 실태는?

“최근 미국과 독일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비아그라보다 효능이 뛰어난 치료제를 앞다퉈 개발 중이다. 특히 일부 약품은 20시간 이상 발기를 지속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이상적인 치료제의 조건은 빠른 효과와 적절한 시간이다. 따라서 오래 지속되는 만큼 약효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의 정력을 높이는 각종 민간처방의 의학적 효능은….

“절대 없다. 최근 한 조사에서 발기부전을 의심하는 남성 100명 중 실제 병원을 찾는 숫자는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정력에 좋다는 각종 혐오식품을 먹는 등 근거없는 민간처방에 의지하거나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짜 비아그라 등을 사먹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를 볼 때가 가장 안타깝다.”

-남성 성기능 장애의 예방법은.

“각종 성인병과 혈관 질환의 예방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일 10∼20분이라도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항문 조이기 운동은 일시적으로 발기 강도를 높이는데 유용하다. 과음 과식을 피하고 달걀, 우유, 생선 등 아미노산이 풍부한 음식과 과일 채소 등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남성 기능에 치명적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남성 성기능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

소 속 병 원

세 부 전 공

백재승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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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성

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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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성균관대 삼성서울

노인비뇨기질환,남성불임

김제종

고려대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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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규

인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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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희

연세대

남성성기능 및 배뇨 장애

안태영

울산대 서울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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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식

이화여대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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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현

경희대

남성성기능장애

박종관

전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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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

부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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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영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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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웅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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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열

한림대 강동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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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건

고려대 안산

남성성기능장애 소아비뇨

최종보

아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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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우

동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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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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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가톨릭대 성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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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협

울산대 서울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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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뽑았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교수가 남성 성기능 장애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6개 의대에서 남성 성기능 장애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비뇨기과 교수 36명으로부터 50세 이하 의사 중 치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백교수는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혈관 수술법’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전문가다. 또 91년 기존 정관 복원술로 실패한 남성 불임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세수술을 처음 도입한 뒤 매년 100여건의 수술을 하며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실력을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본보가 연재한 베스트닥터 시리즈의 남성불임 부문에서도 ‘최고의 명의’로 선정됐었다.

이밖에 전남대병원 박광성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이성원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김제종교수 등이 전국적으로 고른 추천을 받았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전남대병원, 서울중앙병원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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