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으로 가는 길]<2>웰빙은 생활이다

  • 입력 2004년 1월 1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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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들여 색다른 서비스를 찾기보다 평소 생활과 밀접한 것을 찾아야 진정한 웰빙족이다. 동네 공원에서 줄넘기를 하는 가족의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돈을 들여 색다른 서비스를 찾기보다 평소 생활과 밀접한 것을 찾아야 진정한 웰빙족이다. 동네 공원에서 줄넘기를 하는 가족의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자칭 웰빙족인 홍보대행사 직원 J씨(26·여). 그는 일주일에 4회 이상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채소는 유기농을 고집하고 허리를 곧게 펴준다는 자세 보정 속옷을 입는다.

또 해외에 나갈 때마다 노화방지 화장품을 꼭 산다. 피부 마사지도 자주 받는다. 최근에는 싱가포르까지 가서 발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이렇게 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매달 평균 60만∼80만원.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웰빙족이 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J씨의 설명이다.

J씨의 다른 면을 보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러다 보니 보통 매주 한번 이상 술자리가 있다. 술은 주로 소주를 마신다. 평소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좋아하는 습성을 억제했지만 술이 들어가면 자제력을 잃는다. 과음과 폭식이 이어지고 다음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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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주부 K씨(32)의 생활을 보자. 그가 하는 유일한 운동은 산책이다. 두 살배기 아들을 업고 아파트 주변을 다소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걷는다. 날씨가 심하게 나쁜 날을 빼고 매일 산책한다. 산책을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나 됐다.

걷다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산책을 마치면 기분이 상쾌해져 설거지며 집안청소 같은 허드렛일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기자가 “당신이 진정한 웰빙족”이라고 말하자 K씨는 “무슨 소리냐. 난 웰빙족이 뭔지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J씨와 K씨 중 누가 진정한 웰빙족일까. 전문가들은 “J씨가 웰빙 이미지를 돈으로 샀다면 K씨는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진정한 웰빙족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물론 피부 마사지나 스파 등 고가의 서비스가 무조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의 경우 평소 생활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경제적 수준이 낮아진다면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는 것. 요컨대 생활과 밀접한 관계없이 돈만 많이 들인다고 웰빙족이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의학적으로 웰빙은 질병이 없는 단계를 넘어 갈등을 줄이고 심신이 편안한 상태를 말한다”며 “자신에게 적합하고 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찾는 것이 진정한 웰빙족의 자세다”고 말했다.

가령 달리기나 등산 같은 운동이 자신에게 맞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고가의 서비스를 받을 게 아니라 이를 선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얘기다.

본보의 웰빙족 실태조사에서 웰빙족이 되기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웰빙=돈’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견해가 다르다. 이런 생각은 틀려도 아주 틀렸다는 것.

“주변을 돌아보세요. 맨손체조? 좋습니다. 달리기도 좋지요. 만약 그런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과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최상입니다. 웰빙은 바로 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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