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의 줄기세포이야기]간엽 줄기세포 누구와도 찰떡궁합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23분


사람들은 지금도 결혼 전에 궁합을 본다. 얼마나 서로 싸우지 않고 상생 공존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궁합은 의학에서도 중요하다. 타인의 세포나 장기를 이식하면 대부분 거부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장기를 제공한 공여자의 혈액세포가 이식받은 환자의 세포를 공격하는 ‘편대숙주거부반응’ 또는 거꾸로 환자의 혈액세포가 공여자의 세포를 공격하는 ‘이식거부반응’이 나타난다. 이식된 장기와 환자의 조직은 피아로 나뉘어 싸우는 일이 일어나므로 이러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결정적 관건이 된다.

사람에서 이러한 궁합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조직적합항원인데 자신과 딱 맞는 짝은 보통 몇 십 만명 중에 하나가 발견된다. 그러기에 골수를 이식할 때 자신과 조직이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백혈병을 앓던 성덕 바우만 군이 미국에서 적합한 조직의 짝을 못 찾아 한국에 와서 찾기도 했다.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이식하는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부반응을 제거하려면 먼저 자기 체세포의 핵을 배아줄기세포에 치환함으로써 조직적합성이 동일한 세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 또한 낮은 핵치환 효율과 그 이후 발생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줄기세포 궁합맞추기에 대한 해법을, 골수 안에 있는 줄기세포의 일종인 간엽(間葉)줄기세포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아예 그 조직적합성 항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즉 어느 편도 아닌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면 체세포 복제를 안해도, 아슬아슬한 궁합 맞추기를 안 해도 면역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제 3자에게도 이식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한 달전 미국 생명공학회사 오시리스의 연구진은 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그것은 크게 잘려나간 원숭이의 뼈를 궁합이 맞지 않는 다른 원숭이의 간엽 줄기세포를 통해 재생하는 것이었다.

실험에서 면역 억제제는 전혀 투여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종류의 면역 거부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16주 만에 줄기세포가 뼈의 빈 공간을 채웠고 32주 만에 뼈가 말끔하게 재생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중립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저장해 두면 조직적합성에 대한 궁합을 맞춰볼 필요 도 없이 어느 환자에게나 필요할 때마다 즉시 꺼내서 이식할 수 있는 호혜평등적 줄기세포 (univers-al donor)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의 맥도널드화라고나 할까?

가톨릭대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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