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여성'자가면역질환' 발병률 男의 50배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40분


《우리나라 중년 여성 중 상당수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폐경기 이후 자궁 및 유방 질환, 골다공증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다발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국내외 의료계는 여성과 자가면역질환의 밀접한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인체의 방어체계가 자기 몸의 정상 조직이나 세포를 이물질로 착각, 공격함에 따라 빚어지는 질환이다.

인체의 면역 체계(백혈구 등)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그러나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장기나 세포 조직을 공격해 염증 등을 일으키게 된다. 발생 부위에 따라 질환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등 여러 장기나 조직을 동시에 공격하는 질환과 갑상선 질환, 다발 경화증 등 한 종류의 장기만을 공격하는 질환으로 나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비롯해 바이러스 감염과 약물 복용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왜 여성이 더 잘 걸리나〓환자의 75∼80%가 여성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환자 850만명 중 여성이 670만명. 최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면역유전학 센터에서는 일부 갑상선 질환의 경우 임신중인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5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호르몬, 임신 및 출산 등 여성의 생리적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에스트로겐의 영향〓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자가면역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있다.

특히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최고로 올라가는 생리기간 중 20대 여성들이 각종 자가면역질환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또 루푸스의 경우 환자 대부분이 20∼30대 가임기 여성이라는 점도 이같은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신중의 각종 호르몬 작용〓임신중인 여성의 몸에서 분비되는 각종 호르몬이 자가면역질환의 증세를 완화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

예를 들어 루푸스에 걸린 여성이 임신했을 때 상당수가 증세가 호전된다. 그러나 모유 생산을 위해 분비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은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이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시킴으로써 루푸스의 증세를 완화시키는 치료법을 연구중이다.

△세포 교환이 원인〓임신중인 여성과 태아간에는 세포가 교환되는데 출산 뒤에도 각자의 몸 속에 남아있다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모든 세포에 붙어 있는 ‘사람백혈구항원(HLA)’은 아군임을 나타내는 ‘견장’과도 같은 물질. 산모 및 태아 세포의 HLA가 흡사할 경우 각자의 면역체계가 혼란을 일으켜 ‘무차별 공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의 넬슨박사는 “일부 남성에게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기타〓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몇몇 병원에서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응용한 호르몬 요법을 실시한 결과 증세가 뚜렷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및 예방법〓현재로선 면역억제제나 항암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가 주류다.

증세가 심각해 약물 치료가 듣지 않을 경우 조혈모 세포 이식술이 고려되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다 대상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갈수록 최신 치료법이 개발돼 희망을 주고 있다.

루푸스의 경우 60년대엔 5년 이상 생존율이 50%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10년 이상 생존률이 90%에 이르는 등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었다. (도움말〓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교수)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도움말〓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교수)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류머티스 관절염 증상-치료

80년대만 해도 류머티스 관절염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었지만 요즘은 무릎이 약간만 아파도 이 병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전체 관절염 중 10∼20% 정도. 주로 30∼50대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물렁뼈가 닳아서 생기는 뼈관절염(퇴행관절염)과는 달리 이 질환은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 관절을 공격해서 생기는 질환. 뼈관절염이 주로 저녁에 20∼30분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이 아픈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아침에 1시간 정도 손가락 발가락 마디 등 몸 전체가 뻣뻣해지면서 아픈 것이 특징. 특히 손가락 마디가 붓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심할 땐 작은 관절을 움직이는, 수도꼭지 손잡이를 돌리는 등의 일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단번에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

치료는 약물 및 물리 치료를 병행한다. 물리 치료의 경우 수영, 수중 체조 등 관절에 부담이 없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 등산, 조깅 등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피해야 한다.

또 통증 부위에 냉찜질 등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찜질은 종이컵에 물을 부어 얼려뒀다가 아픈 부위에 5∼7분 정도 문질러 준다.

물렁뼈가 많이 손상됐을 경우 관절경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수술은 환자의 관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을 집어 넣어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하거나 꿰매 이어주는 것이다. 비교적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역시 완치법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뒤에도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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