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국내 위성개발 현황]

  • 입력 1997년 12월 23일 07시 58분


우주 공간에는 국경이 없다. 인간이 선을 그어놓은 곳은 기껏 자신이 발을 딛고 선 지구의 몸뚱어리에 한정될 뿐, 저 무한히 넓은 우주공간은 말 그대로 미지의 신천지다. 눈을 뜨고 먼저 나서는 자에게 권리가 주어지는 21세기의 「황금의 땅」 엘도라도다. 선진국의 각축장인 우주개발 행렬에 최근 한국도 동참했다. 95년 수립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국의 위성산업은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쏘아 올려 운영중인 위성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비록 실험위성이기는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띄운 순수 과학실험 위성인 우리별1,2호가 이미 발사됐다. 이어 99년 하반기에는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1호」가 쏘아올려진다. 특히 아리랑 1호는 국내 기술진이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첫 실용위성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리랑 위성의 제작진은 미국의 TRW사와 항공우주연구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등 연구소와 대한항공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등 국내 7개 기업이 탑재될 컴퓨터를 비롯, 각종 부품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거대한 사업이다. 이 가운데 대덕에 자리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소(KARI)는 아리랑 위성 연구 개발의 중심지로 위성체 조립이 이뤄지는 곳이다. 아리랑 위성은 부품의 약 60%를 국산제품으로 사용하게 된다. 제원을 확정하고 설계 작업을 이미 끝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TRW본사에서 준모델 제작 작업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이 준모델 제작이 끝나면 KARI 내의 위성제작시설인 우주시험동에서 실제 모델이 조립될 예정이다. 아리랑 1호는 말 그대로 「다목적」 실용과학위성이다. 아리랑의 주 임무는 △지도 제작 △해양 관측 △우주환경 관측 등 3가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자지도를 만들기 위한 사진 촬영이다. 지형을 관측하기 위해 아리랑1호에 실리는 전자광학탑재체(EOC)는 한번에 15㎞를 관측할 수 있는 시야를 갖췄다. 6.6m 정도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높은 해상도를 지녔다. 주택 하나 하나까지 인식해 지도에 표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2만5천분의 1의 축척을 가진 정밀한 지도를 만들 수 있다. EOC는 지도 제작 외에도 △기상 관측 △환경오염 감시 △산악 및 지형 조사 등 다양한 용도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리랑 1호에는 8백㎞를 한번에 관측할 수 있는 저해상도 카메라도 싣게 된다. 해양 관측에 쓰일 이 카메라의 해상도는 1㎞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하는 정도다. 이 밖에 우주 공간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과학실험을 벌이기 위해 이온층측정기(IMS)와 고에너지입자검출기(HEPD)도 싣는다. IMS는 이온층의 환경과 온도를 측정하고 통신주파수대를 예측하는 역할을 맡는다. HEPD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위성의 부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게 된다. 아리랑 위성은 98.13도로 직각에서 약간 기울어진 궤도를 그리며 6백85㎞ 상공을 돌게 된다. 저궤도위성(LEO)이다. 지구를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백분. 아리랑1호 위성의 발사업체는 미국 OSC사로 결정됐다. 이 회사에서 만든 토러스 로켓에 실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발사장에서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아리랑 위성의 조립이 이뤄질 항공우주연구소내 우주시험동에는 우주 공간의 다양한 환경을 그대로 재연해낼 수 있는 갖가지 장치가 들어서 있다. 로켓 발사 때와 똑같은 강도의 진동을 주는 시설을 비롯, 무중력 초청정 고진공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햇빛을 받는 면은 극도로 뜨겁고 반대쪽은 얼음처럼 차가운 우주공간의 특성을 살린 극고저온 시설도 설치됐다. 아리랑 1호의 제작에는 KAIST의 인공위성센터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실험위성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별1,2호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는 인공위성센터에서는 아리랑1호에 들어갈 광학탑재체를 맡아 연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제작진이 처음 참여하는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가 발사될 때까지 투입되는 예산은 모두 1천6백50억원. 99년 이 위성이 발사되고 운영을 하게되면 한국은 위성체의 설계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우주산업의 각종 핵심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우주산업 참여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덕〓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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