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오는 10월부터 추진하겠다는 통신요금의 전면 자율화를 놓고 통신 사업자들이 제각기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 대열로 갈려 맞서고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정부의 요금 규제를 받아오던 기존의 지배적 사업자는 요금 자율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그동안 요금을 맘대로 정해왔던 데이콤 온세통신 신세기통신과 개인휴대통신(PCS) 3사는 『요금 자율화는 실제로는 또 다른 불공정 경쟁의 시작』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통신요금을 정부 인가를 받아 정해왔다. 반면 데이콤과 같은 사업자는 정부에 신고만 하면 요금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한국통신은 「통신요금 완전 자율화는 시대적 흐름이고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동안 자율경쟁이라는 논리 아래 오히려 한국통신만이 차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것.
즉 한국통신은 요금을 조정하는데 몇달씩 걸려 효과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오는 98년부터 시장공개로 외국 통신사업자와 한판 승부를 하려면 국내 통신산업의 대표선수 격인 한국통신의 손발을 풀어놔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휴대전화와 무선호출분야에서 요금 규제를 받던 SK텔레콤도 정부의 요금자율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요금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고객의 마음에 맞는 다양한 통신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 통신 사업자들은 『지금은 통신요금 자율화를 추진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통신사업자에게 요금 자율권을 주면 공정 경쟁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데이콤은 한국통신이 당장 오는 10월부터 경쟁부문인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요금을 내리고 독점부문인 시내요금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로서는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의 요금 자율화는 시내전화 경쟁체제가 갖춰지는 오는 99년 이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 국제전화 사업자인 온세통신과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 등 PCS 회사들은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 요금 자율화 분위기속에서 한국통신 SK텔레콤이 값싼 요금으로 전국 휴대통신 시장을 바람몰이해간다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새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보고 요금 자율화 연기를 희망하고 있다. 康奉均(강봉균)정보통신부장관은 『재정경제원도 통신요금 자율화에 찬성하고 있어 입법예고된 관련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낙관한다』며 『다만 시내전화요금의 경우 제2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규제 조항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