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11회…아메아메 후레후레(10)

  • 입력 2004년 2월 26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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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사찰계는 배낭에서 대나무 도시락과 물통을 꺼내 흰밥과 장아찌를 먹기 시작했다. 가끔 뭐라고 말을 주고받는데 무슨 소리인지는 귀에도 머리에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물우물 움직이는 꺽다리의 입과 꿀꺽꿀꺽 삼켜대는 꼬마의 목을 보고 있자니 새끼줄을 물린 입안에서 타액이 스며 나왔다. 땀이란 땀은 온몸의 털구멍으로 다 뿜어냈고, 두 눈알도 분노로 말라 비틀어져 있는데, 참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꺽다리가 소나무 뒤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누는 동안 꼬마는 땅에다 삽을 꽂아놓고 우리의 얼굴을 빙 돌아보았다.

“어디 보자, 너하고…너.”

꼬마는 맛을 음미하듯 말을 입안에서 쩝쩝거리고는, 귀찮다는 듯 집게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우근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던 소년과 우근의 몸을 받쳐주었던 이마에 인두 자국 있는 청년이었다.

“손 내밀어!”

꼬마가 나이프로 새끼줄을 끊고, 뾰족한 돌로 엄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묶은 철사 줄을 끊었다.

“여기다 구덩이를 파.”

소년은 저린 입술을 파르르 떨고 두 팔꿈치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삽을 내려다보면서 강아지처럼 뜨거운 숨을 뱉었다. 인두 자국 있는 청년은 아무 대꾸도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삽을 잡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똥을 누고 돌아온 꺽다리는 숄더 호스터의 단추를 풀고,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며 격철을 세우고 두 머리에 총구를 갖다댔다.

금속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는 요란한데, 한 시간이 지나도 구덩이는 그리 깊게 파지지 않았다. 꺽다리는 목젖이 다 들여다보일 만큼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했다. 안 그래도 긴 턱이 더 길어 보였다. 그러고는 리볼버를 쥔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명령했다.

“깊이 파! 더 깊이.”

비.

우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똑…이마…또독…입술…똑…처음 한동안은 부슬부슬 얼굴에 떨어져 땀처럼 흘러내리는 정도더니, 투둑투둑 빗발이 굵어지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좌악 좍 좌악 좍 좌악 좍….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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