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02…아메아메 후레후레(1)

  • 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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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인 청년은 재빨리 숄더 홀스터의 단추를 풀고 밀리터리 & 폴리스를 꺼냈다. 격철을 올리자 ‘철컥’하고 탄창이 회전하는 소리가 났다. 리볼버를 손에 꽉 쥐고, 팔을 쭉 펴고 두 눈으로 표적을 노리고, 그 시선을 조문과 조성에 겹친다. 달려온다… 빠른데… 이쪽으로 올 때를 노려야 겠다… 온다 온다 온다… 왔다!… 빠르다! 아이고 지나가버렸네… 제기랄… 어이, 뭘 그렇게 떠는 거야… 빨갱이 새끼 하나 죽이는데… 떨림이여, 멈춰라! 고동이여, 잠자거라! 괜찮아, 괜찮아…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계심이라… 심호흡을 하자… 후우우우우… 하아아아아… 빨갱이 새끼… 후우우우… 하아아아… 빨갱이 새끼… 빨갱이 새끼… 빨갱이 새끼… 하아아아… 후우우우… 팔의 떨림이 멈췄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수는 팔과 총과 하나가 되어 표적을 조준했다. 이쪽에 와도 50미터는 떨어져 있다. 머리에서 50센티미터 위를 노리고, 아니지, 심장에 맞으면 큰일이다. 사찰계의 명령은 생포해 오라는 것이었다. 얼굴을 노리면 다리에 맞는다. 됐다! 청년은 집게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구에서 총알과 불꽃이 뿜어 나왔다. 경구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으로 총구가 튕겨 올라갔다. 청년은 손목의 힘을 빼고 충격을 받아들였다.

빗나갔다!

표적이 돌아보았다.

청년은 하얀 연기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를 빨아들이고 뜨거워진 총신을 고쳐 잡고, 다시 표적의 얼굴을 조준하고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달린다!

아이고, 또 빗나갔다.

“경찰이다! 도망쳐!”

운동을 하고 있던 백명 남짓한 학생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경찰관 네 명은 리볼버를 쥔 채 표적을 쫓았다.

“놓치면 안돼!”

표적은 점점 작아지고, 젊은 사수는 숨을 헐떡거린다. 하아하아, 빨갱이 새끼! 하아하아하아, 빨갱이 새끼! 내가 그냥 둘 줄 알아, 하아하아, 빨갱이 새끼! 제기랄! 달리는 표적의 앞을 높이 2미터 정도의 담이 가로막고 있다. 꼼짝마라! 더 이상 길은 없다! 표적은 껑충 뛰어올라 담에 두 손을 걸쳤다. 지금이다! 사수는 격철을 위로 올리고 팔을 수평으로 뻗었다. 보았다. 다리다. 쐈다. 탕!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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