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블랙리스트와 태극기 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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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북한 인권 관련 소설집 ‘금덩이 이야기’를 기획한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를 2일 만났다. “북한은 인권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권이 잔인하게 유린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대화 중 “교수님, 그런데 북한 인권을 말하시는데도 블랙리스트에 오르셨네요?” 했더니 “그러게요, 하하하” 한다. 기자도 ‘하하하’ 따라 웃었다.

근래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와 최근 전화 통화할 일이 있었다. “교수님, 그런데 블랙리스트에 오르셨던데요?” “젊은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봤지, 나야 뭐 유신시대부터 단련이 돼서, 하하하.” 기자도 따라 웃었다.

소설가 김훈 씨는 6일 신간 ‘공터에서’ 간담회에서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의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어릴 적 박정희 대통령 해외 순방 행사에 동원돼 태극기 흔들던 자리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것 아닌가, 어디에 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어서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 이번엔 웃지는 못했다. 아, 어렵다, 어려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블랙리스트#태극기 집회#금덩이 이야기#소설가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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