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미완성으로 끝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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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브루크너
안톤 브루크너
멋진 새해 계획들 세우셨는지요.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 해이지만, 각자 목표하신 일들을 달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힘이야 들겠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과정 자체도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1887년 아홉 번째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가 이 곡의 운명을, 나아가 자신이 맞을 운명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이 사랑하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쓰고자 했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였지만 완성하지 못한 채 그는 세상을 떠났고, 4개 악장 중 피날레를 제외한 3개 악장의 악보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4악장은? 주제 선율들을 적은 여러 장의 스케치만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브루크너가 습관대로 이 스케치 악보들에 순서대로 번호를 적어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번호에 따라 스케치 악보를 읽어보면 대략의 구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몇몇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이 자기 나름대로 완성한 4악장 악보를 발표했습니다.

브루크너 자신은 “완성하지 못한 4악장을 잊어버리고 내가 예전에 쓴 테데움(찬미가)을 3악장 뒤에 연주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교향곡 9번은 대부분의 경우 후대에 가필 완성된 4악장도, 테데움도 없이 브루크너가 완성한 3개 악장만 연주되고 있습니다. 3개 악장만으로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웅대하고도 완결된 듯한 구도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합니다. 이번에도 브루크너가 완성한 3개 악장만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려던 애초의 계획과 달리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듭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사람이나 조직이나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단절이 있을 수 있죠. 그래도 남은 사람들이 목표를 계속 이어가고 발전시켜 나간 결과 인간의 장려한 역사가 있었음을, 또한 진보와 발전이 있었음을 이 새해에 생각해 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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