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음악으로 더 유명해진 벨기에 마테를링크 희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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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손자인 골로는 숲에 사냥을 나갔다가 아름다운 소녀 멜리장드가 울고 있는 것을 봅니다. 골로는 멜리장드를 데려와 신부로 삼지만 멜리장드는 골로의 동생 펠레아스와 사랑에 빠집니다. 펠레아스가 떠나기로 한 밤, 둘은 서로 껴안고 있다가 골로에게 발각됩니다. 펠레아스는 골로의 칼에 죽고 멜리장드도 아이를 낳은 뒤 죽고 맙니다.

얼마간 뻔한 이야기죠? ‘파랑새’로 유명한 벨기에 작가 마테를링크(사진)의 희곡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893년)입니다. 이 희곡은 특히 음악사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작곡가 드뷔시가 이를 바탕으로 1902년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발표했고 다음 해 쇤베르크도 교향시를 완성했습니다. 포레는 1898년, 시벨리우스는 1905년 이 희곡을 위한 극음악을 만들었습니다. 극음악이란 연극이 진행되는 사이에 연주하는 음악으로, 오늘날의 영화음악과 비슷합니다.

문학작품이 다양한 음악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구노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들었고, 괴테 ‘파우스트’도 오페라와 교향곡으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는 연극으로 큰 인기를 얻지 못하는 데 비해 유독 여러 형태의 음악작품으로 옮겨진 점이 특별합니다. 이 작품의 판타지적인 면이 낭만주의 후기 작곡가들의 관심을 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판타지적인 면은 등장인물들의 몽환적인 대사 외에 작품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의 어디와 닮았는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왕국이 배경입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인 포레의 음악에서는 지중해의 온화한 대기와 남국적인 정취가, 핀란드인 시벨리우스에선 찬바람 이는 듯한 북구적 인상이 느껴집니다. 배경이 ‘지중해’나 ‘북유럽’으로 설정되었더라면 둘 중 한 사람은 손을 대지 않았을 듯합니다.

KBS교향악단은 6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베르트랑 드 비이 지휘로 포레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연주합니다.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하이라이트도 베이스 연광철 협연으로 연주합니다. 두 작품은 ‘왕가의 불륜에서 빚어지는 비극’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마테를링크#펠레아스와 멜리장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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