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앞서지도 뒤처지지도 말자는 정서… 결국 모두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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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한국인이 성형을 많이 하는 이유는 ‘남보다 예뻐지려고’가 아니라 ‘남들보다 미워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손지애.CNN.서울(손지애·김영사·2016년) 》

해외 유명 관광지에 갈 때면 종종 목격하는 풍경이 있다. 한국인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리고, 누군가는 답답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 채 이렇게 불평한다.

“어유, 여기 한국사람 왜 이렇게 많아!”

휴가를 앞두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디를 가보라”고 권유를 받을 때마다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일상을 떠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지만, ‘꼭 가봐야 하는 장소’ 또는 ‘유명한 맛집’일수록 숨 막히는 광경을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이 가는 곳에 간 뒤 “나도 거기 가봤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들곤 한다.

외신기자로 일한 저자는 모두가 같은 유행을 따르는 한국의 문화를 지적한다. 미국의 잡지 뉴요커에서 한국이 성형의 메카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이유로 제시된 것은 남들보다 예뻐지기 위해서가 아닌, 남들보다 미워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모두가 비슷해야 하고 같은 유행을 따라야 한다는 획일적인 문화가 성형왕국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잘나가는 사업 모델이나 앞선 기업을 벤치마킹해 빨리 따라잡는 게 주요 성장 공식으로 통용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매킨지가 3월 발표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 대표되는, 유사한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왔으며 이런 조직 운영 방식하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혁신적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토양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 똑같은 시도, 똑같은 경험을 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저자는 “남들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말자는 한국식 정서는 결국 중간이 최고라는 얘기”라며 “이는 다시 말해 모두가 동등하게 제자리에 있자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인#해외여행#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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