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상위 0.1% ‘플루토크라트’를 통해 본 자본주의 속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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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용적인 시스템 덕분에 성공을 거둔 엘리트들은 그들이 꼭대기로 밟고 올라갔던 사다리를 걷어차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들은 부유해지면서 게임의 법칙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러한 힘은 곧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된다. ―플루토크라트(크리스티아 프릴랜드·열린책들·2013년) 》

‘플루토크라트(Plutocrat)’는 그리스어로 부(富)를 의미하는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로 이뤄진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부유층을 말한다. 세계적인 금융정보 전문매체 톰슨로이터의 편집장인 저자는 전 세계 상위 0.1%의 슈퍼엘리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광범위한 통계자료와 보고서를 인용해 오늘날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자세히 풀어냈다. 이 책은 ‘부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책이 아니다. 슈퍼엘리트를 면밀히 관찰해 그들이 이끌어가는 세계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주목한 책이다.

책의 부제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자본가들이 필요하다”며 플루토크라트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하는 부자’에서 점차 ‘임대 수입자’로 변질되면서 자식에게 특권을 넘겨주려 하는 플루토크라트 집단의 모습에는 우려를 표한다.

저자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 베네치아를 예로 들면서 지배계급이 폐쇄적 집단으로 변질됐을 때 어떤 결말을 가져오는지 소개했다. 과거 베네치아는 새로운 인물과 자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코멘다(commenda)’라는 열린 시스템을 바탕으로 번창했다. 이후 기득권층은 ‘황금의 책’이라는 귀족 명부를 만들어 본인들에게 성공을 안겨줬던 사회적 유동성을 고갈시켰다. 새 진입자를 차단하고 배타적으로 변한 베네치아는 점차 위축됐다. 결국 베네치아 부자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다리를 걷어차고픈 유혹을 느끼는 플루토크라트들이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애써 외면할까.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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