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富는 욕구의 문제”…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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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내 삶이 아름답고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마치 해방된 것 같았다. 부는 욕구의 문제이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알렉산더 폰 쇤부르크·필로소픽·2013년)》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떠오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정신 중 하나로 조선시대 시조나 가사에서 많이 등장하는 경구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가난에 구애받지 않고 도를 즐긴다는 뜻이다. 조금 더 풀어 쓰자면 “구차하고 궁색해도 ‘정신승리’로 빈곤을 극복하자”쯤 될까.

하지만 쉽지 않다. 매스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촘촘히 묶여 있는 현대인들은 30년 지기가 강남에 고급 아파트를 샀다는 소식에, 명품 가방을 들고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멋들어지게 찍은 친구 사진을 볼 때 의기소침해지기 일쑤다.

저자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말한다.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에 언론사에서 구조조정까지 당한 바 있는 저자는 돈 없이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법,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제안한다. 현대인이 실천할 수 있는 안빈낙도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방법은 뻔하지만 흘려들을 수 없다. 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동차, 큰 집, 호화 여행 같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겨지는 ‘소비의 강요’에서 멀어지라는 게 그의 답이다.

실제 주변에서도 ‘버리기’를 실천하는 친구가 있다. 책이든 옷이든 사서 모아두려고 할수록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되니까 아예 반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버리는 날’을 정해둔 것이다. 버리는 행위를 지속하다 보면 불필요한 소비욕구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는 게 이 친구의 경험담이다.

이 친구처럼, 저자의 주장처럼 살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예측하기 어렵게 엉킨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저자의 주장을 한 번쯤은 곱씹어 볼 만하다. 이미 부유한데도 더 많은 물질을 탐닉하는 부자들도 마찬가지다. 돈이 없어도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진 않더라도 없진 않을 것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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