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富는 惡이 아니라 善을 행할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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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는 선인도, 악인도 아닙니다. 어느쪽이 될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부는 악이 아니라 선을 행할 기회 입니다. 나쁜 것은 그 기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것입니다.” 》

―잊혀진 질문(차동엽·명진출판·2012년)

이 책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타계하기 전 가깝게 지낸 가톨릭 신부에게 보낸 네 쪽 분량의 물음에서 출발했다. 24가지의 질문은 모두 묵직하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종교란 무엇인가’ ‘지구의 종말은 언제 오는가’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고 삶을 관통하는 질문들이다.

이 책의 부제는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이다. 저자인 차동엽 신부는 3년 전 지인을 통해 이 회장의 질문지를 보게 됐다. 예사롭지 않은 질문들에 답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생의 밑바닥을 흐르는 거부할 수 없는 물음들’이라며 하나씩 답변해 나갔다.

위의 문장은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악인’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악인은 생각이나 행동이 대체로 악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선의를 갖고 행동한다. 그렇기에 악인과 선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인간만이 있다는 것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이라는 전제로 미루어 보건대, 묻는 이는 어렴풋이 그 답이 사랑에 있다는 역설적인 진실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며 김용택 시인의 시(詩) 속에서 답을 구했다. “내 가슴은 늘 세상의 아픔으로 멍들어야 한다. 멍이 꽃이 될 리 없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으로 나는 늘 세상의 고통 속에 있어야 한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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