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사라진 멤버, 그는 지금 어디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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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14일 수요일 흐림. 에브리싱 머스트 고. #216 Manic Street Preachers ‘Together Stronger(C'mon Wales)’(2016년)

영국 록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왼쪽부터 숀 무어, 니키 와이어,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국 록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왼쪽부터 숀 무어, 니키 와이어,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영국인 리치 에드워즈(1967∼?)는 1995년 2월 1일 완벽하게 사라졌다.

팀 리더 제임스 딘 브래드필드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로 한 날에 그는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실종 2주 전부터 당일까지 그가 매일 200파운드씩 총 2800파운드를 은행에서 인출한 기록이 드러났다. 거기까지였다.

경찰의 미흡했던 초동 수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실종 10여 년 뒤까지 영국, 인도, 카나리아 제도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지만 그뿐이었다. 에드워즈의 충동적 성향에 주목해 자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에드워즈는 1991년 인터뷰에서 음악적 진정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지니고 있던 면도칼을 꺼내 왼팔에 그어 ‘4REAL(진짜)’이라는 다섯 글자를 새겼다.

기타리스트 에드워즈를 잃을 당시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이하 매닉스)는 영국 록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참이었다. 휴지기를 가진 밴드가 고심 끝에 택한 것은 해체 아닌 전진. 1996년, 2년 만에 낸 신작 제목이 ‘Everything Must Go’다.

앨범과 제목이 같은 노래 ‘Everything Must Go’의 핵심은 두 개의 코드(Am/E-Emaj7)가 자아내는 화성적 긴장감. 밴드는 이어지는 ‘C#m-C’로 사슬을 끊고 후렴구의 ‘E-Am’로 달려 나간다. ‘허물을 벗겨냈지/두려움 탓에 모든 게 아팠으니… 당신이 우릴 용서할 수 있다면/모든 것은 가게 돼 있어…’

평단의 극찬과 함께 밴드는 영국 웨일스의 대표 음악가로 영광의 나날을 맞았다. 2001년엔 서구 록 밴드 사상 최초로 쿠바에서 공연했다.

얼마 전 매닉스가 2년 만에 신곡을 냈다. 유로 2016 본선에 진출한 웨일스 축구팀을 위한 공식 응원가 ‘Together Stronger(C‘mon Wales)’. 1978년 월드컵 지역최종예선전에서 속임수를 쓴 스코틀랜드 선수 이름을 들먹이거나 웨일스 선수 이름을 한 명씩 나열하는 가사는 꽤 유치하지만 음악의 힘은 여전하다. 켈트족 피가 섞인 것도 아닌데 ‘소 커먼 웨일스!’가 터지는 순간 울대가 뜨거워진다.

‘Everything Must Go’의 20주년 음반이 최근 나왔다. 1997년 맨체스터 공연 실황이 담긴 보너스 CD의 첫 곡이 ‘Everything Must Go’. 웨일스는 유로 2016 4강에 진출했다. 에드워즈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리치 에드워즈#에브리싱 머스트 고#together stro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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