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까탈레나’가 뭐 어때서… 닥치고 춤이나 추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맑음. 탈 날라.
#101 오렌지 캬라멜 ‘까탈레나’ (2014년)

초밥 위에 얹힌 오렌지 캬라멜. 맛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캡처
초밥 위에 얹힌 오렌지 캬라멜. 맛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캡처
3인조 여성그룹 ‘오렌지 캬라멜’이 이달 초 낸 신곡 ‘까탈레나’ 뮤직비디오가 KBS에서 ‘인명 경시’를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인어가 초밥 되는 이야기가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인어가 초밥 되는 걸 보고 ‘사람 목숨이란 참 우스운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경박하고 얄팍한 이일 거다. 데뷔 이래 초지일관 ‘병맛코드(‘B급 취향’을 뜻하는 신조어)’를 내세워온 ‘오캬(오렌지 캬라멜의 약자)’는 이로써 또 한번 크게 주목받게 됐고, 레이디 가가의 다음 북미 순회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될 확률을 좀더 높였구나.

대형마트용 생선 포장에 한 명씩 들어간 오렌지 캬라멜 멤버들은 개당 4000원에서 세 차례 가격인하를 거쳐 2000원, 1000원, 급기야 세 개에 1000원으로 평가절하되지만, 이들 ‘인어(양식)’와 달리 개그맨 김대성이 여장한 ‘문어(자연산)’는 초지일관 개당 8000원이라서 부러움을 받는다는 내용의 이 비디오를 ‘유치하고 캐치한(catchy·귀를 잡아끄는) 후렴구와 안무에 아무런 의미 없는 콘셉트를 얹은 팝 쓰레기’라 치부한대도 좋다.

어차피 팝이란 건 사탕 같은 거고 먹기 싫으면 뱉으면 그만이다. 무려 미국과 영국의 인디 록밴드까지 찾아서 듣는 드높은 취향의 음악 마니아인 나도 다른 분야에선 ‘팝 쓰레기’ 비슷한 걸 열심히, 또는 열의 없이 좀비처럼 소비한다. 옷은 대충 패스트 패션 브랜드나 아웃렛에서 1년에 한두 번 쇼핑하고, 양말 역시 남들이 사주는 거나 집에 있는 걸 대강 신는 거다. 의상이야말로 미를 추구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한 날개이기 때문에 함부로 입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개성과 창의성을 갖춘 덜 알려진 옷을 추천하는 디자이너들의 눈엔 나도 그 분야에서 ‘한심한 저급 소비자’일 뿐이다. 물론 의식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생활의 전방위에서 높은 취향의 제품을 선택하는 이들도 주변에 있는데, 내겐 그들의 삶이 좀 피곤해 보인다.

아 참, 인명경시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다 그만 흥분을…. 양식 인어가 자연산 문어에 비해 무려 24배나 싸지는 뮤직비디오 속 슬픈 산수가 상징하는 건, 제작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인명의 경중보다는 이런 저급 팝 문화와 고급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아님 말고.

미래의 내 아이가 ‘까탈레나’를 보고 “아빠는 333원짜리야, 8000원짜리야?”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닥치고 춤이나 춰.”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