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빛과 소금으로]<27>고양 거룩한 빛 광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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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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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성공”… 6년전 소액대출운동, 미소금융 길 터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거룩한 빛 광성교회는 평일에도 도서 대출과 교양 강좌, 콘서트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교회는 한국 교회를 위한 성장과 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거룩한 빛 광성교회는 평일에도 도서 대출과 교양 강좌, 콘서트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교회는 한국 교회를 위한 성장과 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거룩한 빛 광성교회 정성진 목사(57)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액자 속의 다섯 글자였다.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必死則生·죽으려 하면 살 것이요)’을 연상시키는 비장한 내용이다. 1997년 당시 일산 광성교회 개척예배를 하던 날, 그는 이 구절이 포함된 팩스 한 통을 받았다. 신학교 은사인 청량리 중앙교회 임택진 원로목사가 보낸 것이었다. 이 구절은 그의 목회 신조가 됐다. 》
자원봉사자들이 이웃 나눔을 위해 김장을 하고 있다. 거룩한빛 광성교회 제공
자원봉사자들이 이웃 나눔을 위해 김장을 하고 있다. 거룩한빛 광성교회 제공
이 교회는 한국 교회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1만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외형적 성장은 물론이고 작은 교회를 위한 지원과 사회복지 활동에도 헌신적이다. 한때 신학대학원 시절 시위를 주도하기도 한 ‘운동권 출신’이었다는 그는 대뜸 ‘목사가 죽어야 한다’고 했다.

“아생교회사(我生敎會死), 목사가 살면 교회가 죽습니다. 목사가 적게 먹고, 어렵게 살고, 투명하게 살지 않으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종이라면서 부끄러움은 없어야죠.”

그는 주일(일요일) 예배 때 출석 신자 수와 십일조 등 헌금 액수가 적힌 서류를 보여줬다. “보세요. 10만 원, 20만 원…. 500만 원도 있습니다. 말이 수입의 10분의 1이지 쉽지 않은 액수입니다. 이걸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됩니다. 신자들이 목사와 교회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가 헌금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은 의외였다. “매번 공개하는데, 비밀도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이 교회는 가난한 작은 교회에는 맏형이지만, 어쩌면 다른 대형교회 앞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대형교회에서는 드문 실험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면서 원로목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6년 주기의 신임투표도 있다. 목회자가 사업가도 아니지 않느냐며 보너스도 없앴다.

교회의 예산 중 51%는 사회복지와 선교 등 외부를 위해 쓰는 것이 원칙이다. 2006년부터 담보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100만∼1000만 원씩 대출해 주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도 벌여 왔다. 이 교회의 모범적 사례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소액대출인 미소금융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교회의 소액대출은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피뱅크’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회는 2007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해피월드를 통해 노인 복지 홈과 주야간보호센터 등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취업 알선과 직업 교육을 하고 있다. 교회 내의 전문 인력을 활용해 파주노인복지회관과 문산종합사회복지관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중견 목회자들의 모임인 미래목회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정 목사는 개신교가 교회와 교단, 나아가 사회 속에서 마음의 문을 크게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님오신날 축하 펼침막 하나 달려고 해도 교단이나 신자들 눈치를 봐야 합니다. 축하하면 신앙이 나빠집니까? 불교의 참선과 안거 등의 수행 방법은 대단히 놀랍습니다. 개신교회도 하루빨리 잃어버린 수도의 전통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는 금권선거 시비에 이어 내부 갈등으로 표류 중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상식이 제일 통하지 않는 곳이 교계입니다. … 목사들이 무슨 단체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봉투를 돌리고, 서로 비난하고, 고발하고, 자리다툼을 하는지 창피해서 머리를 들 수가 없습니다. 이 정도가 되니 누가 목사의 말을 믿겠습니까.”

“교회는 퍼주다 망해도 성공”이라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천국을 파리바게뜨 본점에 비유하면 지상의 교회는 그 지점쯤 되는 것 아닙니까. 지점이 똑같은 빵은 못 만들어도 비슷한 냄새는 풍겨야죠. 향기로운 빵 냄새는커녕 악취만 진동해서야 되나요?”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정성진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홍태 목사 ▼

‘헌신’의 참뜻을 일깨워준 내 인생의 멘토

나의 목회 인생에서 참된 헌신이 무엇인지 알려준 멘토는 김홍태 목사님(80)이다. 군 복무 시절 사병으로 육군대학 교회 담임이던 그분을 모셨다. 폐결핵에 걸린 김 목사님은 살려주면 예수님만 모시겠다고 서원했고, 이후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지냈다. 육군대 군종참모 시절 송년회에서 참모총장이 권하는 술을 끝내 받지 않아 총장이 술병을 던지고 나가 파티가 끝난 일화도 있다. 다음 날 목사님이 사과하려고 하자 오히려 총장이 “이런 목회자는 처음”이라며 사과했다고 한다. 목사님의 영성을 통해 이필섭 전 합참의장, 이준 전 국방부 장관 같은 제자들이 나왔다. 목사님은 국방대학원 교회에서 20년간 시무한 뒤 70세에 은퇴했다. 매년 광복절이면 제자들의 모임인 기드온 용사들 200여 명이 모여 함께 기도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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