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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힘빠진 오토시요리 김빠진 ‘여인천하’

입력 2016-03-09 03:00업데이트 2016-03-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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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지TV ‘오오쿠’ 특별판
최근 방영된 ‘오오쿠’ 특별판. 일본 후지TV 화면 캡처
오오쿠(大奧)는 일본 에도시대 쇼군의 부인과 측실, 자녀, 그리고 이들을 시중드는 시녀들이 사는 에도 성의 한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쇼군의 후계가 나고 자라는 곳이고, 많을 때는 시녀만 수천 명 머물렀다고 하니 당연히 암투와 음모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이 좋은 소재를 사람들이 놓칠 리가 없다. 1960년대부터 꾸준히 오오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2000년대 ‘오오쿠’ 시리즈는 일본 사극의 전설 중 전설이다. 2003∼2005년 매해 새 시즌이 제작되고 2006년 영화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간노 미호, 나카마 유키에 등 톱스타들이 잇달아 출연했다.

1월 일본 후지TV에서 방영한 ‘오오쿠’ 특별판은 11년 만에 나온 오오쿠를 다룬 드라마다. 이 작품은 제11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나리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사와지리 에리카가 1편에서 오오쿠를 제 마음대로 주물렀던 후궁 오미요, 2편에서 쇼군의 첫사랑 격인 후궁 에토 역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언뜻 ‘여인천하’류의 궁중 암투를 떠올리겠지만 2000년대 오오쿠 시리즈는 좀 달랐다. 바로 오토시요리(年寄) 때문이다. 시녀들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오토시요리는 정실이나 후계를 낳은 측실을 압도할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시리즈는 쇼군의 애정을 바탕으로 오오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측실과 오오쿠를 통제하려던 오토시요리 간의 대결이 주를 이뤘다. 쇼군의 애정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권력을 쥔 인물을 내세웠기에 오오쿠 시리즈는 단순히 치정이 아닌 제대로 된 권력다툼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2016년 특별판에서는 오토시요리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쇼군의 지시로 후궁의 뒷조사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 대신 권력욕의 화신 오미요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시마(1편), 쇼군을 사이에 두고 경쟁하며 에토의 배 속 아기를 유산시키기까지 했던 에토의 여동생 우타(2편)를 등장시켜 여자 간의 애증을 그렸다. 그 덕분에 드라마는 좀 더 야하고 끈적거리지만 예전 같은 불꽃 튀는 기 싸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 맥이 빠지는 이유다. 화려한 의상과 세트는 옛날과 다름이 없는데, 알맹이만은 간데없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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