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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대중에 물어뜯긴 ‘국민 여동생’ 탈주를 꿈꾸다

입력 2015-11-25 03:00업데이트 2015-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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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꿈을 주다’는 TV 속에 갇힌 채 유년 시절을 보낸 유코가 주인공이다. 일본 WOWOW TV 화면 촬영
‘국민 여동생’의 성행위 동영상이 유출된다. 주인공은 아베 유코. 열 살 때 식품회사 CF로 데뷔한 뒤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여배우만이 한다는 모 화장품 브랜드 모델까지 고작 열여덟 나이에 꿰찼다. 성장기의 모든 순간이 대중 앞에 노출됐던 소녀가 처음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벗어난 순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올해 5월 일본에서 방영된 ‘꿈을 주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데뷔부터 나락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대중이 알 수 없는 유코(고마쓰 나나)의 속사정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인 엄마(기쿠치 린코)는 이루지 못한 꿈 대신 유코에게 집착한다.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지쳐 떠났다. “손톱을 보여주세요” “치열도 손끝도 깨끗하네요” 같은, 마치 가축시장 흥정 같은 대화가 오가는 오디션장과 싫다는 아이에게 굳이 짧은 치마를 입히는 광고 촬영장을 견뎌야 한다. 처음 사귄 연예계 친구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유코의 모습은 곧 친구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가련함으로 포장돼 그의 주가를 올리는 도구가 된다.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친구는 그를 쉽게 팔아넘긴다.

한 아이의 인생을 빨아먹어 배를 채웠던 미디어와 대중은 유코가 해명하는 순간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유코를 처음 캐스팅했고 유코가 가장 의지했던 광고 기획자 무라노(오다기리 조)의 설득에 유코는 스캔들 뒤 처음으로 토크쇼에 출연한다. 약속과 달리 비난조의 질문을 쏟아내는 진행자 앞에서 유코는 마침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TV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꿈을 주다’는 예상 가능한 전개를 보여준다.중요한 건 그 ‘예상 가능함’이 현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열애설을 인정한 뒤 비난 여론에 직면한 아이돌 가수나 수많은 ‘X양 비디오’ 유출의 피해자들, 자신의 혹은 누군가의 인생을 팔아먹고 사는 이들 말이다. “나는 다른 여자애들보다 빨리 늙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리모컨의 스위치 하나로 간단히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꿈입니다”라는 유코의 대사는 그런 사건 주인공들의 항변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유코의 탈주극은 미완성으로 끝난다. 드라마 말미에 등장하는 식품회사 CF에는 유코의 부모와 유코 자신, 유코의 딸 등이 함께 등장한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사랑받아 왔다’는 식품회사 CF의 카피처럼, 스타는 언제나 그곳에 있다. 우리에게 먹히기 위해.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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