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번듯한 직장인, 속은 비었다… 뭔가 즐기고 싶다… 사표를 냈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日 ‘일하지 않는 삶’

지난해 일본에서 자살한 학생이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정확하게는 1029명이다. 1년 전인 2010년보다 101명이나 늘었다. 여러 자살 이유 중 ‘취업 실패’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10, 20대가 150명이었다. 4년 전 60명이었는데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금 이 순간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일하지 않는 삶(勤めないという生き方·미디어팩토리)’.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13명의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이 아니다. 대부분 20, 30대로 이른바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선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취미가 곧 직업이어서 즐겁게 지낸다. 저자인 모리 겐(森健) 씨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직장을 그만두기까지의 고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아베 유지(阿部裕志·35) 씨는 교토(京都)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4년 4월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인턴을 했던 게 인연이 돼 직장으로까지 연결됐다. 차체(車體) 생산기술부에 배치돼 로봇 용접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맡았다.

안정된 회사, 높은 급료, 승진, 결혼, 그리고 가족…. 그의 미래는 보장돼 있었다.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며 주위에서 부러워했다. 하지만 정작 아베 씨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밤늦도록 기계와 씨름해야 했고, 매일 반복되는 삶이 싫었다. 대학 시절 국내외 곳곳을 바람처럼 돌아다니던 그였다. ‘내 인생의 목표가 뭔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뭔가’…. 고민의 나날이 계속됐다.

입사 2년째 되던 해 시마네(島根) 현의 오키(隱岐) 섬에 여행갈 기회가 있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단체 ‘AMA와곤’은 여행객들을 모집해 섬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연회를 열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는 연회가 아니었다. 작은 섬을 어떻게 부유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마을 주민들은 아베 씨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베 씨는 오키 섬의 자연과 주민들의 순수함에 매료됐다. ‘이 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그는 2007년 사표를 냈다. 그러곤 인구 2400명에 불과한 오키 섬에 정착했다. ‘메구리노와(巡の環)’라는 회사를 만들어 지역 활성, 교육, 홍보 등 일을 했다. 3명이 1년에 벌어들인 수입은 650만 엔(약 9400만 원). 도요타를 다닐 때 혼자 벌던 액수와 비슷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며 매일 삶이 새롭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책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길 뿐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류 제조업체인 와코루에 입사했다가 다시 염색 장인이 된 사람, 대형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를 그만두고 건축가가 된 사람, 피혁 제조사를 뛰쳐나와 극빈한 생활을 경험한 뒤 ‘역시 가죽밖에 없다’고 여기고 가죽 수선인이 된 사람 등이 등장한다.

모두 처음부터 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갖지는 않았다. 생계를 위해 직장에 들어가 일하면서 점차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인생의 스승 혹은 장소와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되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됐다. 저자가 만난 13명의 공통점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일하지 않는 삶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