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티’란 젊은 사람들이 귀여운 척 혀 짧은 소리로 내는 ‘미치(겠다)’ 소리다. 웃겨서 미치겠고, 즐거워서 미치겠고, 만화에 미치겠다고 지은 필명이다. 인기 웹툰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남엘만)의 홍승표 작가(29). 그는 190cm의 큰 키에 어울리지 않는 혀 짧은 소리로 자신의 필명을 설명했다.
남엘만은 장편 웹툰이다. 2008년 12월 마지막 날 연재를 시작해 234화까지 나왔다. 회당 클릭 수가 200만이 넘고 홍 작가의 팬 카페 회원도 1만4000명을 넘어섰다.
남기한은 공무원시험에 연거푸 떨어진 뒤 ‘이 머리 그대로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파’라고 생각하며 잠이 든다.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이라고 꿈꾸는데 홍 작가는 이를 만화로 실현한 것이다.
“이 만화는 제 이야기이기도 해요. 1년간 포털의 ‘도전 만화가’에 계속 도전하다 실패하고 친구와 술 마시며 ‘아, 과거로 돌아가면 더 잘할 텐데’라며 신세 한탄을 하다 ‘번뜩’ 떠올랐죠.”

‘사랑이 시작되는 오늘/내게 내던진 너의 바늘/그녀는 낚시왕 나는 한 마리 붕어/심장이 콰당 콰당/낚여서 파닥파닥/사랑의 낚시여….’ 그는 여기에 멜로디를 입혀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OST 1집’ 싱글앨범을 출시했다.
정신없이 웃으며 남엘만을 보다가 100회가 지날 즈음 장르는 코믹에서 판타지로 바뀌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과거로 돌아온 사람이 남기한 말고도 여럿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존재하는 겁니다. 흔히 데자뷔라고 느꼈던 것은 다른 세상에서 과거로 돌아오면서 지워진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죠.”
‘초딩’ 남기한은 어른의 지능을 가지고도 초딩 세계에서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남기한처럼 ‘욕심’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온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쉽게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홍 작가의 남엘만은 10월에 연재가 끝난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