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3>대단한 바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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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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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있어 바다는 출렁인다

◇대단한 바다여행/윤경철 지음/푸른길

《“바다의 해류는 더운 곳의 남는 열을 추운 곳으로 옮기거나 추운 곳의 바닷물을 따뜻한 곳으로 옮겨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증발한 바닷물이 비가 되어 땅 위로 떨어져서 지구 생명에게 담수를 공급한다. 뿐만 아니라 바닷물은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많이 녹여 지구가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바다는 단순히 출렁거리는 푸른 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다.”》

바다의 탄생과 해저 지형의 생김새부터 시작해 바닷물의 이동, 심해 탐사, 바다 생물, 갯벌과 대륙붕, 해도와 바다 교통, 해양연구기지, 해양 투기, 바다 탐험가 등 바다에 연관된 다양한 지식을 정리한 백과사전식 교양서다. 공학박사인 저자는 총 13개장 110여 개 소주제에 바다 이야기를 담았다.

바다 밑에는 육지의 석빙고나 온천 같은 지역이 있다. 1968년 10월 대서양의 수심 1600m 지점에 잠수정이 침몰하면서 도시락으로 준비해 뒀던 소시지가 함께 가라앉았는데 열 달 후 잠수정을 인양할 때까지 소시지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신선했다고 한다. 깊은 바다에는 영양분이 없어 세균이 적고, 수온은 가정용 냉장고의 온도와 비슷한 영하 1도∼영상 4도였기 때문이다.

반면 열수공(熱水孔)에서 솟아나는 물은 350도에 달할 정도로 뜨겁다. 여기에는 여러 광물 성분과 황화수소 같은 기체가 녹아 있다. 열수공이 있는 깊은 바다에는 햇빛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식물은 자랄 수 없지만 일부 원시 박테리아가 물속에 녹아 있는 황화수소를 양분 삼아 살아간다.

바다에 어떤 종류의 물고기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인간은 아직 다 모른다. 특히 심해 생물에 대해서는 그렇다. 인구가 늘어나면 바다의 식량창고로서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989년 1억 t이던 세계 수산물 생산량은 올해에는 1억4400만 t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질랜드는 이미 남극해의 심해에서 ‘오렌지라피’라는 물고기를 잡고 있고, 러시아는 북대서양의 심해에서 쥐꼬리물고기(민태과)를 잡고 있다.

바다는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새로운 공급원이 될 것이다. 강력한 항바이러스와 항암 효과가 있는 ‘아라-A’와 ‘아라-C’라는 약품은 해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 복어의 독성분인 테트로도톡신을 일본에서는 근육이완제 및 암으로 인한 통증의 진통제로 사용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노르웨이 과학자들은 바다의 박테리아에서 항생물질을 만들어 백혈병, 위암, 결장암, 전립샘암 등 11종의 질병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육지에 난 바닷길인 운하는 항로를 크게 줄여준다. 수에즈 운하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뱃길을 6400km나 단축시켰다. 이 때문에 국제 운하는 조약에 의해 보호 받고 있다. 전쟁 중에도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는 등 어떤 경우에도 폐쇄되지 않는다. 운하 양쪽 출입항으로부터 4.8km 이내에서는 어떠한 적대 행위도 금지돼 있다.

저자는 바다 오염 문제에도 지면을 할애했다. 사고로 발생하는 해양 오염도 있지만 인간이 일부러 갖다 버리는 해양투기는 더 문제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50km 떨어진 바다에 1946∼1970년 핵폐기물 4만7000드럼을 버렸다. 미국 환경연구소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해삼은 다른 지역에 사는 해삼보다 227배나 많은 방사능 반응을 보였다. 옛 소련도 1959년부터 핵폐기물의 상당량을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쪽 노바야제믈랴 섬 일대의 깊은 바닷속에 버렸다. 핵폐기물을 해양에 버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문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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