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새내기 철학입문서’ 결산]고민하는 힘을 키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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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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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책 읽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시리즈 ‘대학 새내기 철학 입문서 20선’이 13일 끝났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철학 입문에 도움을 줄 만한 책을 소개하자는 취지였다. 취지에 맞도록 시리즈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또는 ‘철학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로 시작했다.

첫 번째 책인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철학은 의심하기에서 출발한다”는 명제를 제시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실체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 자체의 발전도 ‘의심’의 결과물이었다. 철학은 항상 과거의 사상에 대한 비판을 토대로 했고 이전 철학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영역을 넓혀왔다.

철학자인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담은 책 ‘철학이란 무엇입니까’에서도 스승은 비슷한 생각을 제자에게 들려준다. “철학은 삶의 반성, 삶의 근거에 대한 물음”이라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도 ‘철학의 문제들’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지 않는 사람은 편견 속에 갇혀 일생을 보내며 일상적인 대상에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철학자들은 가급적 쉽게 철학을 얘기하려 애쓰지만 대중은 여전히 철학은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영화 ‘매트릭스’는 철학자들이 솔깃해하는 소재였다.

‘영화 속의 철학’에서 저자는 “‘매트릭스’는 실재(reality)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배경에 깔고 있고, 기독교적 구원과 불교적 해탈을 모두 주제로 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에선 철학자 17명이 ‘매트릭스’를 실존주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각자의 관심에 따라 해석했다.

문학작품도 철학을 논하기에 적당한 대상이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에서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왕자와 여우가 서로 ‘길들이기’를 하는 장면을 들며 “‘나’는 ‘나’로서만 존재할 수 없으며 ‘너’로 인해 ‘나’가 된다”는 유대인 신학자 마르틴 부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철학, 동양철학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들도 시리즈에 포함됐다. ‘한국철학사’는 한민족의 원초적 사유의 유래를 짚은 책. 저자는 중국에서 발원한 유교와 도교, 인도에서 전래된 불교가 한민족 사유의 토대였으며 특히 불교는 한국적으로 재구성되면서 한국적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동양철학 에세이’를 보면 공자, 노자, 맹자 같은 사상가들이 모두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은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했고 자연히 동양철학이 치열한 현실인식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시리즈는 근대철학의 특징을 분석한 ‘서양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 시대와 사조에 따라 해석이 달랐던 인간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인간 본성에 관한 철학 이야기’, 윤리에 대한 시대별 고찰을 짚은 ‘호모에티쿠스’ 등을 소개했다.

27일부터는 6월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에 앞서 아프리카를 제대로 한번 보자는 취지로 ‘아프리카 들여다보기 20선’을 시작한다. 수난의 역사, 원시의 자연, 천연자원을 둘러싼 강대국의 각축전과 열악한 현실 등 아프리카의 삶을 다각도로 짚는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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