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에게 말 걸기 20선]<4>과거읽기:최근의 고고학 해석방법들

  • 입력 2009년 6월 15일 02시 59분


◇과거읽기: 최근의 고고학 해석방법들/이안 호더 외 지음/학연문화사

《“고고학자의 과제는 물질문화의 뒤에 존재하는 (과거의) 사회를 ‘읽어낼 수 있도록’ 문화의 최소 단위의 구성요소를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읽기’를 할 수 있는가. …유물은 다른 맥락 속에서 다른 물건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영역에서의 의미는 다른 영역 속에서 다른 의미와 관련됐을지도 모른다. 고고학 기록의 ‘읽기’는 이러한 문화적 변형을 고려해야 한다.”》

유물을 이론에 꿰맞추지 말라

이 책은 고고학의 다양한 이론을 소개한다. 방사성 연대 측정 같은 최신 과학기법의 등장뿐 아니라 사회 변화와 더불어 이론적인 변화를 겪어온 고고학의 흐름을 짚는다. 분석의 중심에는 196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해 고고학계의 주류를 형성한 신고고학(과정주의 고고학)과 1980년대 그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탈과정주의 고고학이 있다. 스탠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탈과정주의 고고학을 대표하는 학자다.

신고고학은 유물과 유적 발굴을 통해 역사 연대를 기록하고 시대별 지역별 특징을 묘사하는 데 주력해온 기존 고고학을 비판하며, 고고학이 과거의 생활상까지 복원해내고 문화 변화과정을 규명해낼 수 있다는 연구방법론이다. 문화 변화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과정주의 고고학으로도 불렸다. 저자는 신고고학으로 분류되는 주요 방법론을 비판한다.

우선 과거 사람들과 유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 행태의 변수와 변화를 설명하려 한 행태고고학이다. 행태고고학의 업적은 유물들의 상호관계와 (출토) 공간적인 맥락, 그와 관련된 인간의 의례와 종교 활동 연구에 공헌했다는 점. 하지만 유물이 지금의 고고학자가 해석하는 것과 달리 당시 살았던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를 가졌을 가능성을 무시한다는 측면에서 비판한다. 유물을 통해 형성된 문화를 밝혀내지만 그 반대로 문화가 행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거부한다고도 지적한다. 20세기 초 라디오 기술의 발전이 라디오를 통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장거리 항해용 배의 필요성 때문이었다는 한 행태고고학자의 연구를 예로 든다.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는 배의 항해거리가 왜 변했는지, 새로운 거리에 적응하기 위한 해결방법으로 왜 다른 수단이 아닌 라디오를 우선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비판이다.

다음은 인지과정주의 고고학이다. 이 방법론은 예술품과 같은 유물을 통해 사회적인 상징을 찾아내고 그 사회를 지배한 이념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저자가 말하는 인지과정주의 고고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고학 자료의 객관성, 즉 관찰자의 편견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인식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이 방법론에는 경제적 토대로부터 생각이나 사상, 인지 등 상부구조의 세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유물론적 인식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인간성(humanity)’에 대한 고려의 결핍이라고 말한다. 선사인과 고대인이 당시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인 상징을 인지하는 체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었는지 이해하려면 일반법칙을 찾아내려는 고고학과는 일단 결별부터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비판을 토대로 저자는 과학적 이론화를 목표로 하지 않고 사회적이고 맥락적인 이해를 우선시하는 탈과정주의 고고학을 열린 고고학이라고 말한다. 현재라는 조건을 통해 과거를 해석할 수밖에 없지만 고고학자들의 가정에 유물들을 끼워맞추는 방식의 일방적인 과거와의 대화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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