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송월주 회고록]<50>“나마스테(당신에게 깃든 신에게 경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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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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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

송월주 스님이 2010년 1월 캄보디아 캄포트주의 한 마을에서 진행된 ‘생명의 우물’ 1000기 완공 기념식에서 아이들에게 물을 부어주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 거주하는 송명례 할머니가 후원했다. 지구촌공생회 제공
송월주 스님이 2010년 1월 캄보디아 캄포트주의 한 마을에서 진행된 ‘생명의 우물’ 1000기 완공 기념식에서 아이들에게 물을 부어주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 거주하는 송명례 할머니가 후원했다. 지구촌공생회 제공
2010년 1월 캄보디아 캄포트 주의 한 고교에서 ‘생명의 우물’ 1000기 완공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캄보디아 농촌개발부 체아 소파라 장관과 현지 주지사, 이 지역의 학생과 주민들이 참석했다. 캄보디아 국왕은 장관을 통해 나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행사가 진행될 때 주변에서는 “나마스테(당신에게 깃든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찬사가 자주 나왔다.

마을에 우물 하나가 생기는 데 고위 관리는 물론 주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것이다. 뜻밖의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것은 캄보디아에서 우물은 말 그대로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지구촌공생회가 가장 집중적으로 활동해온 지역이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에선 1400만여 명의 인구 중 65%만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우물을 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빗물이 부족할 때에는 웅덩이의 물을 식수로 이용해 많은 아이들이 피부병과 기생충, 장티푸스 등 수인성 질환에 시달린다. 우물 1기를 파는 비용은 대략 70만 원이다. 많지 않은 비용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다.

2004년 11월 우물을 파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당초 계획은 100기 정도였다. 그러나 우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밀려와 1000기까지 늘어났다. 그 뒤에도 식수가 없어 고통 받는 이들이 많아 캄퐁참 지역 등에 1000기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30기의 우물을 팠다.

1000번째 우물 후원의 주인공은 경기 오산시 송명례 할머니였다. 2009년 불교방송에 출연해 지구촌공생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후원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이 방송을 들은 할머니가 홀로 살면서 모은 2억2000만 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오산시의 외곽에서 전세로 넉넉하지 않게 살고 있다. 그래서 공생회는 할머니의 생활고를 우려해 더는 기부금을 받지 않기로 했지만 할머니는 “하루 두 끼 먹을 돈은 남아 있다”고 간청해 1000번째 우물 후원자로 정해졌다.

2010년 7월 캄보디아 타케오 주에서는 ‘트랑패양 트라우 금산초등학교’와 ‘정코트 박정순초등학교’가 개교했다. 금산초등학교는 전북 김제시 금산사와 주변 말사의 스님과 불자들이 1억3000만 원을 후원해 건립했다. 이 학교의 개교로 교육 혜택을 못 받던 어린이 250여 명이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정코트 박정순초등학교’는 미국에 거주하던 고(故) 박정순 씨의 이름을 땄다. 고인의 유족이 뜻을 모아 1억 원을 기부했다.

공생회는 지금까지 캄보디아에 우물 외에도 유치원 2곳과 초등학교 4곳을 세웠다. 지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5km의 도로도 건설했다.

70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지구촌공생회 활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3월 네팔에서는 공생청소년센터 개관식과 룸비니 스리 아다샤의 ‘송명례초등학교’ 준공식이 열렸다. 후원자의 기부를 헛되이 하지 않고 학교 준공까지 보게 돼 감격스러웠다. 공생청소년센터는 카트만두 변두리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위해 4층짜리 건물을 빌려 컴퓨터와 재봉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이 1억5000만 원을 후원한 것을 비롯해 약 1억8000만 원이 들었다.

캄보디아와 네팔에서는 교실이 아니라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찾아 나서는 어린이가 많다. 이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은 “1달러만 달라”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작은 정성으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고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부는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곁에서 지켜본 후원자들을 보면 실제 그렇다. 한번 기부하면 그 즐거움을 잊지 못한다. 공생(共生)의 즐거움이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51>회에서도 송월주 스님은 지구촌 공생회에 얽힌 사연을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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