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106>‘愛人敬天’ 도전 40년

  • 입력 2009년 10월 1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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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신 회장이 1994년 6월 9일 충남 청양군 정산면 애경산업 청양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1975년 대전공장 준공에 이어 청양공장 준공은 그룹 도약의 또 다른 발판이 됐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1994년 6월 9일 충남 청양군 정산면 애경산업 청양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1975년 대전공장 준공에 이어 청양공장 준공은 그룹 도약의 또 다른 발판이 됐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29> 제2의 고향, 청양

1994년 청양공장 짓고 제2도약
계열사 모아 시너지효과 기대
자주 찾다보니 고향처럼 푸근

내 고향은 서울이다. 남편의 고향은 제주도다. 애경의 태동은 인천이었고 초창기 사업의 기틀을 잡은 곳은 서울이다. 성년 이후 애경의 고향은 충남이라고 할 만하다. 1975년 준공한 대전 공장은 15년간 애경 성장의 원동력이 됐고 또 다른 도약은 청양에서 시작했다. 애경유지가 1975년 대전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애경이 충청권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뒤 1979년 애경화학, 1982년 애경쉘(현 AK켐택), 1990년 애경소재 등 계열사가 충청권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대전공장을 완공한 지 15년 가까이 흐른 1990년대 초, 회사의 성장에 따라 대전공장 용지는 추가 증설이 힘들 정도로 물리적인 한계를 맞았다. 생산규모 확대뿐 아니라 최신 설비와 자동화 시설을 도입해 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했다. 창립 40주년(1994년)을 앞둔 가운데 다국적 기업과의 합작 결렬로 안팎에서 애경의 위기를 거론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부가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취지 아래 건설하기 시작한 서해안고속도로의 완공이 다가오고 있었다. 또 물류비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전 공장과의 지리적 근접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다.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칠갑산으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정산면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기존 대전공장과 자동차로 1시간 거리라 지리적으로 이점이 많았고, 서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되면 다른 지역과의 교통편이 원활해지리라 예상됐다. 청양은 특별농공단지로 지정돼 정책적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면 기반시설이 거의 없어서 공단 조성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당연히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다. 회사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는 청양에 공장을 세우는 데 반대하는 여론이 더 많았다. 나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는 판단 아래 청양공단 건설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88년 청양공단에 입주를 신청하고 정산면에 26만4000m²(약 8만 평)의 공단 용지를 마련해 애경산업 애경화학 애경정밀화학(현 AK켐택) 애경소재가 각각 기공식을 열었다. 핵심 계열사 생산시설을 한 공단에 자리 잡게 하면 상호 생산협조가 긴밀해지면서 생산성이 증가한다고 봤다.

청양에 공단을 조성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인 분야가 환경이었다. 청양은 애경의 공단이 들어오기 전까지 별다른 공업 생산시설이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려면 공장에 철저한 환경관리 설비를 도입해야 했다. 애경화학의 공사비 200억 원 가운데 10%인 20억 원을 첨단 공해방지시설 설치에 투입했다. 애경산업 공장에는 공단 조성 시 만든 폐수처리 시설 외에도 자체 폐수처리장과 첨단 소각로를 설치해 공장 배출수에서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의 환경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청양 입주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애경산업 공장은 대지 8만2500m²(약 2만5000평), 연건평 2만6400m²(약 8000평) 규모로 500억 원의 공사비를 투입했다. 샴푸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등 액체세제와 화장비누 화장품 등 생산 시설을 최대한 가동해 생산하면 국내 전체 생활용품 소비량의 50%가량을 생산할 정도의 규모로 설계했다. 내수 시장뿐 아니라 중국 시장으로의 본격 진출을 염두에 뒀다.

착공 3년 만인 1994년 6월 9일 창립 40주년 기념일에 맞춰 애경산업 청양공장 준공식을 열면서 ‘청양시대’가 시작됐다. 애경산업 애경화학 애경정밀화학 애경소재 등 4대 핵심 계열사 생산시설을 갖춘 데 이어 1990년대 말에는 애경종합기술원까지 대덕에 지으니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향이 충청도, 대전 아니면 청양이라고 얘기했다. 연구소와 공장을 둘러보는 일을 워낙 좋아해 자주 찾는 대전 충청권과 청양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을 보면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될 듯싶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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