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다시한번]‘맨유’의 성공 이끈 세계최고 승부사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알렉스 퍼거슨, 열정의 화신/데이비드 미크&톰 티렐 저·최보윤 옮김

이 책을 번역해 한국에서 처음 낸 것은 2007년 7월 2일이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그해 7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경기장에서 FC서울과 친선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책을 출간했다. 박지성의 소속팀인 맨유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일 만큼 한국에서도 인기 구단이었다. 맨유가 상암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하던 날, 출판사의 전 직원이 경기장으로 출동했다. 곳곳에 간이 판매대를 설치하고 독자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당시 7만 석의 경기장이 꽉 찼으니 그중 10%만 책을 사도 7000권이었다. 상상만으로도 한여름의 더위가 싹 날아갈 정도였다.

하지만 관중이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거의 12시간에 걸친 매출은 참담했다. 현장에서 팔린 책은 불과 67권이었다. 당시 함께 내놨던 프리미어리그 소개서 ‘프리미어리그로 떠나다’(최성욱 등 저)의 판매 실적도 엇비슷했다. 경기가 끝난 뒤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축구팬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후 맨유의 우승 소식도, 박지성의 맹활약도 책 판매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지금까지 3500여 권이 판매됐을 뿐이다. 맨유의 방한에 맞춰 서둘러 펴내다 보니 책의 디자인 등에서 완성도가 떨어진 게 판매 부진의 이유가 아니었을지 자성해 봤다. 또 국내 스포츠팬들이 아직 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단계에서 ‘읽는’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수십 년간 맨유를 전담 취재한 기자들이 퍼거슨 감독의 성공 비밀을 밝힌 책이다. 그가 1986년 11월 감독에 취임했을 때 맨유의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알코올의존증으로 고생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는 남다른 승부욕과 결단력, 과감성과 냉철함으로 그런 맨유를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으로 끌어올렸다. 조선소에서 자란 그는 스코틀랜드 노동자의 정신을 도입해 쉬지 않고 뛰는 경기를 선수들에게 주문했고,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책을 읽다 보면 경기 외적인 맨유의 모습까지 구석구석 알 수 있다. 올해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읽는’ 스포츠에서도 재미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

김상호 미래를소유한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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