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맛!]술꾼들의 속풀이 ‘매생이 국’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미운 사위 입데게 하는 죽?

예쁜 사위 해장해 주는 국!

미역도 아닌 것이 왜 그리 미끌미끌할까? 감태나 파래도 아닌 것이 가늘기는 왜 그리 가늘까? 김도 아닌 것이 맑은 물은 왜 그리도 좋아할까? 전복 해삼 멍게도 아닌 것이 짭조름하고 향긋한 바다냄새는 왜 그리 솔솔 날까?

매생이는 맑은 바닷물과 햇빛만 먹고 자란다. 겨울바다 차디찬 물에서만 머리를 헹군다. 음력 2월이 지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소리 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매생이를 맛볼 수 있다. 냉동기술과 진공포장기술 덕분이다.

매생이는 전남 장흥 강진 완도 해안에서만 난다. 5, 6년 전만 해도 어민들에게 매생이는 애물단지였다. 애지중지하는 김발에 자꾸 달라붙어 김 밭을 망치는 바다풀이었던 것. 그러나 그 잡초 같은 바다풀이 어느 순간 복덩이가 됐다. 김보다 더 비싼 황금풀이 된 것이다. 매생이는 가늘수록 그리고 김이 섞이지 않아야 좋다. 이젠 김이 천덕꾸러기가 된 셈이다. 매생이는 옛날부터 서남해 어민들이 즐기던 무공해식품이었다.

‘매생이는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럽고,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정약전 1758∼1816 ‘자산어보’에서>

매생이 국엔 생굴을 넣어야 궁합이 맞는다. 석화라면 더 좋다. 쇠고기나 돼지비계를 넣기도 한다. 매생이 국을 끓일 때는 ‘물은 좀 적다싶게’ 넣어야 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풀어져 향이 없어지고 녹아버린다.

끓인다기보다는 ‘덖는다는 기분으로’ 해야 좋다. 덖는다는 것은 물을 더하지 않고 볶아서 익힌다는 뜻. 전자레인지 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국물이 사방으로 튄다. 매생이를 끓이다보면 처음엔 검푸른 색이지만, 다 익으면 녹색으로 변한다. 바로 그때가 가스레인지 불을 끌 시점이다.

매생이로 만드는 음식은 여러 가지다. 매생이 국뿐만 아니라 매생이 죽, 매생이 전, 매생이 칼국수, 매생이 떡국도 있다. 라면에 매생이를 조금 넣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라면의 짭짤 매콤한 맛에 부드러운 감칠맛이 더해지고, 매생이의 독특한 향까지 솔솔 풍긴다.

술꾼들 해장으로도 더할 나위없다. 숙취를 없애고 속 다스리는 데 그만이다. 소화흡수가 잘되고 변비에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주고, 철분 칼륨 요오드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 A C 등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매생이는 서울에서도 택배 주문으로 언제든지 맛볼 수 있다. 가공공장은 전국에서 전남 강진 마량에 있는 삼덕수산개발(061-434-3745,3746) 한 곳뿐이다. 4인분 기준 진공포장 한 팩(400g)에 3500원. 택배 비용은 착불이다.

강진마량 수협어판장 뒤에 있는 정든횟집(061-432-0606,011-9877-9810)에선 냉동매생이 한 재기(덩이·400∼450g)에 4000원, 장흥대덕 옹암식당(061-867-0400)은 한 재기에 3500원씩(이상 택배 비용 착불) 받는다.

서울에선 조금 비싸다. 남도음식전문 광화문 신안촌(02-738-9960)의 경우 매생이 국 한 그릇에 1만2000원이다. 매생이 전이나 매생이 떡국 등은 없다.

매생이 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미운 사위가 처가에 오면 장모가 시침 뚝 뗀 채 매생이 국을 끓여줬다. 사위는 매생이 국을 멋도 모르고 덥석 떠먹었다가 입안을 온통 다 덴다. 장모는 곱게 눈을 흘기며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미운 사위죽’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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