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테마 에세이]독감<4>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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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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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은 인생 최고의 백신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신종 인플루엔자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인명이 달렸기에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실제로는 독감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더 많다고 한다. 신종 플루나 독감 모두 면역력이 튼튼한 사람에게는 며칠 앓고 나면 잠시 방문한 손님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인플루엔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참 많다. 독감 같은 것이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경미한 불행이라면 예기치 않은 사고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제적인 파산 같은 일은 치명적인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방접종을 하고 평소에 관리를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러한 삶의 독감을 전부 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불청객을 맞이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차피 걸릴 독감이라면 튼튼한 면역력이 그것을 잘 극복하게 해주는 비결일 것이다. 이 같은 상식은 인생의 독감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싶다. 그것은 다른 말로 인생을 사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불행한 일을 만났을 때 발휘되는 실력 중 한 가지로 불행에 숨겨진 긍정적인 면을 보는 힘을 꼽고 싶다.

어느 동네에 한 사나이가 살았는데 교통사고로 입원하게 되었다. 그의 친구들이 와서 그의 불행을 한탄할 때 그 사나이는 “그렇군” 하며 담담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그 사나이의 집에 큰불이 나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이번엔 친구들이 병원에 입원해서 다행이라며 호들갑을 떨자 그 사나이는 여전히 “그렇군” 하고 무심히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가 불행이라고 느끼는 일, 독감처럼 온 몸을 앓게 하는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시간이 흐른 후 오히려 좋은 일의 계기가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또한 적어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인생의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의 양면성을 잘 헤아리는 지혜로움은 어떤 무서운 독감이라도 잠시 놀아주고 보내줄 수 있는 최고의 면역력이 되지 않을까.

신혜영 갤러리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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