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빈 분리파 첫 전시를…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도 피하지 못한 ‘검열의 벽’

빈 분리파 첫 전시를 위한 포스터

(리소그래피 1898년 각 64.0×64.5cm)

똑같지 않다. 꼼꼼히 보면 차이가 보인다. 힌트?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테세우스와 괴물 미노타우루스의 싸움을 그린 부분에 관심을 집중할 것.

클림트가 1898년 빈 분리파의 첫 전시회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 두 점이다. 어둠 속에 잠긴 미노타우루스는 낡은 질서를, 테세우스는 새로운 예술을 위해 투쟁하는 젊은 작가를 상징한다. 이를 지켜보는 오른쪽 인물은 아테네 여신. 지금 봐도 세련된 감각의 포스터에서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란 구호 아래 1897년 창립된 빈 분리파. 산업화에 밀려난 수공예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모든 예술 영역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며, 건축 회화 조각 등을 통합한 종합예술의 실현을 지향했다. 초대회장인 클림트가 제1회 전시 포스터(왼쪽 사진)를 만들었으나 검열에 걸린다. 이유는 성기 노출. 결국 테세우스의 하체를 살짝 가린 최종판(오른쪽 사진)이 탄생했다.

시대를 너무 앞질러 갔을까. 화가는 보수적 사고를 뒤엎는 작업에 격렬한 비난이 쏟아질 때마다 예술과 자존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그가 좋아했던 실러의 말을 떠올려본다. “그대의 행위와 예술이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기쁨을 주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은 잘못이다.”

성공한 장식화가에게 보장된 탄탄대로를 버리고, 평탄치 않은 길을 선택한 클림트. 그는 소망했다, 그에게 금지된 것을. 작품이든 삶이든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기에.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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