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 유혹’ 특별전]아담과 이브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아담과 이브 (1917년 유화 173x60cm)

행복에 취한 이브

사진을 찍는 듯 한쪽 발에 무게를 둔 완벽한 콘트라포스토의 자세다. 찰랑찰랑한 금발에 뽀얀 피부, 발그레한 볼과 앵두 입술. 벌거벗은 몸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여자는 해맑게 우리를 바라본다. 그 뒤로 깊은 잠에 빠진 듯 눈 감은 아담이 그림자처럼 서 있다.

클림트가 세상 뜨기 전 작업했던 마지막 작품 중 하나다. 제목은 ‘아담과 이브’지만 주인공은 단연코 이브!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된 통통한 몸과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근대 여성의 모습이 겹쳐진다.

남자를 홀려 낙원에서 추방당하게 만든 인류 최초의 팜 파탈 이브. 어떻게 이렇게 밝고 당당한 여신처럼 보일까. 에덴에서 쫓겨나기 전 이브를 그렸기 때문이다. 배경의 호피 무늬는 에로스, 발밑에 융단처럼 피어난 아네모네는 다산을 상징한다.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서 있는 이브.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일까.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나의 갈증에 바다를 주지 마세요./빛을 청할 때 하늘을 주지 마세요,/다만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하나를,/목욕 마친 새에 매달린 물방울같이,/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같이.”(올라브 헤우예의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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