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 연구]<14>‘日문학 속 제주’ 연구 소명선 교수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교포문인 ‘4·3 사건’소재 작품

제주 부정적 이미지 묘사 많아”

제주대 소명선(38·일어일문학·사진) 교수는 일본 근현대문학 텍스트에 나타난 제주도를 연구하고 있다. 일본 근현대문학 작품에서 제주가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돼 왔는지 분석하고 어떤 작가들이 제주를 다뤄왔는지 계보를 그리는 작업이다.

그는 “그동안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의 ‘화산도’ 등을 제외하고는 제주를 언급한 일본 문학작품은 ‘일본서기’(720년)와 시바 료타로의 ‘탐라기행’(1984년) 등만 국내에 알려졌을 정도로 연구가 안 된 실정”이라고 했다.

일본문학에서 제주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그는 말한다. 일본 문학작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뤄지는 한국의 지역이 제주이며, 일본 문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재일교포 문인 중 상당수가 제주 출신 부모를 둔 연고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세기 초부터 2000년대까지 제주를 다룬 일본 문인 22명의 작품과 재일교포 문인 24명의 작품을 정리해 그 속에 있는 ‘제주 이미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일본 문인들의 작품보다 재일교포 문인들의 작품이 제주를 더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인들은 “한반도보다 더욱 미개하고 나태하며 폭동과 살상을 일삼는 흉험한 섬”(이시카와 산키의 1906년작 ‘제주도기행’)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한 최후 방어선이자 도피처’(호시노 사다하루의 소설 ‘제주도’) 등으로 묘사하다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 관광객이 늘면서 ‘아름다운 휴양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석범 씨를 비롯한 재일교포 문인들의 작품에서는 ‘4·3사건의 섬’ ‘차별과 멸시의 섬’ ‘(억척스럽고 유연성이 부족한) 현무암 기질의 여자가 많은 섬’ ‘유교적 인습이 강한 섬’ 등으로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묘사돼 왔다는 것이다.

소 교수는 “재일교포 문인들은 크게 볼 때 4·3사건의 테두리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일본 문인들이 직접 경험하는 제주와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부정적 이미지를 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문학적 표상으로서의 섬-일본 근현대문학 속의 제주도’, ‘호시노 사다하루의 제주도론(論)’, ‘기리야마 가사네론-마이너리티 문학과 한반도에 대한 시선’ 등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런 연구가 제주, 나아가 한반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쳐나가는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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