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출판가 ‘MB신드롬’ 2030에 높은 까닭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6분


초등학교 시절이다. 마루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뛰어나가다 할머니에게 걸렸다.

“들어오자마자 어딜 가누.” “친구들이랑 놀러.” “안 돼. 숙제하고 나가.”

“반장이 밖에서 기다린단 말예요.” 이에 할머니 말이 달라졌다. “혹시 용돈 필요하냐?”

직함이란 묘하다. 뭔가 믿음을 준다. 게다가 대표라면 더하다. 초등학교 때 반장만 해도 그랬으니 일국의 수장에 대한 요즘 관심도 이해할 만하다. 새로 바뀌었으니 기대치도 높을 터. ‘대통령 당선인이…’ 하면 일단 신경이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가의 ‘MB 신드롬’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쓰거나 추천한 책이 모두 잘 팔린다. 특히 눈길이 가는 건 20, 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다.

이 당선인이 독서하는 사진에 나왔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지식의날개)을 보자.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평소 한 달에 예닐곱 권 팔리던 게 이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직후 열흘 만에 1000권이 넘게 나갔다. 1995년에 나온 이 당선인의 자서전 ‘신화는 없다’(김영사)는 인물 분야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툰다. 구매층의 약 66%가 20, 30대라고 한다.

귀로 듣는 ‘오디오북’에서도 신드롬은 확인된다. 오디오북 포털 서비스 ‘오디언’에 따르면 이 당선인 관련 오디오북의 판매가 당선 전과 비교해 평균 70% 늘었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온몸으로 부딪혀라’(랜덤하우스)도 30대(37%)와 20대(22%)가 많이 찾는다.

왜 20, 30대가 많이 찾을까. 오디언의 김장한 팀장은 “30대에 대기업 최고경영자직에 오르고 결국 대통령까지 된 성공 스토리가 취업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20, 30대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책 읽는 대한민국-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에 대한 관심도 비슷한 맥락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본보에 실린 책 30선을 진열한 ‘특별 판매대’도 생겼다.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을 지켜본다는 소리다. 현 대통령에 대한 임기 초의 기대와 5년 뒤 추락을 비교해보자. 자칫 잘못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고, 추락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 당선인의 자서전이나 관련 책을 구입해 읽은 독자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에 대해 기대가 컸고 잘 알기 때문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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