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거장들과의 만남… “조선유학은 살아 있다”

  • 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조선 유학의 거장들-왜 조선 유학인가/한형조 지음/432쪽·2만2000원-400쪽·2만 원·문학동네

고전 한학과 철학을 전공한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조선의 유학을 소재로 한 책 두 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조선 유학의 거장들’은 제목대로 조선의 유학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인물들을 조명한 책이다. ‘율곡의 사상은 이러했고, 퇴계의 사상은 저러했다’는 백과사전식 나열이 아니다. 저자는 각 학자의 경험이나 저서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고른 뒤 그것을 통해 해당 학자의 사유를 파고들었다.

1장에선 16세 때 산에 들어가 불교 사상을 접한 율곡 이이의 경험을 통해 율곡 이론의 특이점을 찾는다. 당시 유학자들에게 입산(入山)은 금기나 다름없던 행위였는데 율곡은 어머니 신사임당의 죽음으로 방황하다 입산을 결행했다. 그는 이름 없는 고승과 유불(儒佛) 논쟁을 벌이다가 유교와 불교의 접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뤄져야 할 모든 것은 이미 자신의 속에 본래 있다’는 발상이었다.

저자가 퇴계 이황의 사유를 들여다보는 도구는 퇴계의 만년작 ‘성학십도(聖學十圖)’다. 퇴계는 성학십도를 통해 이(理)의 실현을 위한 훈련 방법으로 경(敬)을 제시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경은 마음의 각성과 유지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부 영역과 절차를 꿰뚫고 있으므로 한시도 곁을 떠나게 해선 안 되는 원리라는 점을 퇴계는 강조했다”고 전한다.

율곡, 퇴계와 더불어 거장으로 꼽힌 인물은 남명 조식과 정조, 다산 정약용, 혜강 최한기 등. 이들의 사유를 고찰하면서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간단하다. ‘거성들의 지성은 아직도 살아 있고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조선 유학인가’라는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다른 형식으로 풀어 놓는다. 2004년을 전후해 발표한 논문들을 모은 것으로 ‘조선 유학에 대한 성찰’을 공통 주제로 하고 있다. 일제시대와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 뒷전으로 밀려난 유학적 전통을 되돌아보고 이 시대에 유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내용들이다.

저자는 “조선의 유학이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했으면 좋겠다”면서 “유학은 존재의 의미를 향한 추구이고 삶의 기술이므로 어디에선가 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유학 전반의 대학자들을 개괄적으로 접하고 싶다면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사계절)이 적당하다. 공자 맹자 이황 정약용 등 유학자 13명의 사상을 강의 형식으로 풀어 쓴 책. 이토 진사이, 오규 소라이 등 일본의 유학자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아카넷)은 서구 한국학의 대가로 꼽히는 마르티나 도이힐러 영국 런던대 명예교수의 저작. ‘조선을 건국한 사대부는 성리학을 사회 재편의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유교화가 이뤄졌다’는 게 주요 내용.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소나무)는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두 사람은 13년 동안 편지로 사단칠정 논변을 펼치고 상례와 제례를 논하면서 세대차를 초월해 교분을 나눴다.

‘율곡문답’(역사비평사)은 율곡의 세계관과 우주관 등 학자로서의 통찰과 관료로서의 고민 등을 17개 화두를 통해 풀어 쓴 책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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