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일이다. 1년간 세계일주를, 그것도 공연이란 테마로 해낸다는 것은 말이다.
‘대한민국 직업 만족도 1등’을 자처하는 공연기획자 유경숙 씨는 그 일을 해냈다. 텅 빈 사무실에서 야근하던 중 그야말로 운명처럼 떠오른 커리어 플랜을 따라 세계 여행을 결심했다. 해외 문화시장과 공연계 현안을 발로 뛰며 배워오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본보에 1년간 ‘공연 따라 세계일주’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기도 했던 그녀의 여행기는 신나는 한 판의 공연처럼 흥이 난다.
‘30대 골드 미스’인 그녀는 과감하게 결혼자금을 몽땅 털어 전 세계 41개국에서 총 300여 편의 공연을 관람했다. 관람료로 쓴 돈만 1200여만 원. 터키의 벨리댄스, 세르비아 구차 트럼펫 페스티벌, 중국의 경극…. 축제가 벌어지는 길을 따라 각 대륙을 가로질렀고 세계의 각종 공연을 관람하며 트렌드를 읽어냈다.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더 큰 세상을 배우는 것은 여행이 주는 값진 선물이다.
공연기획자의 시각에서 각 국가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의 완성도나 문제점, 매력도를 쉽게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로드웨이 뮤지컬 싸게 보는 법, 웨스트엔드 할인 티켓 제대로 구하는 방법, 부다페스트의 공연 즐기는 법 등의 팁도 유용하다.
마임을 하는 소박한 거리 예술가부터 무대 뒤에서 분장하는 경극 배우의 모습까지 200여 장의 사진이 외국의 공연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황홀한 여행’(웅진지식하우스)은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이탈리아 각 도시를 여행한 기록이다. 오페라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 시골구석을 뒤지고 다녔던 저자는 여행 내내 베르디, 푸치니, 카루소 등 쟁쟁한 음악가들의 뒤를 쫓는다.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고즈윈)는 파리 뒷골목 치즈가게에서 스위스 산골 농장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치즈문화 탐방기다.
이 밖에도 빵(‘빵빵빵, 파리’·달), 커피(‘커피 기행’·효형출판), 그림(‘뉴욕, 아트앤더시티’·랜덤하우스코리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무궁무진한 테마여행의 주제들은 그 목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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