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영의 그림 읽기]아름답지 않은 눈물은 없다

  • 입력 2007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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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저쪽으로 굴러갑니다.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기에 저토록 민첩하게 움직일까요. 너무나 빨라 눈물의 발바닥에는 먼지조차 묻을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사막의 뜨거운 모래 능선 위를 경황없이 달려가는 도마뱀이나, 수면 위로 도망치듯 달려가는 목도리도마뱀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지구촌에는 많은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다스럽도록 하느님을 찾습니다. 눈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봇물처럼 쏟아져서 그들과 만나기 위해 저렇게 바쁘게 뛰어가는 것입니다.

눈물은 하느님처럼 무한대의 생명력과 존엄성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수천만 년이 흘러 간다 해도 증발하지 않는 깊은 샘을 가졌습니다. 눈물은 평등합니다.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병든 자를 가리지 않고 자기를 애타게 불렀을 때, 손사래치고 외면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찾는 사람이 있다면 곧장 달려가서 손을 잡아 주고 같이 울어 주고 웃어 주는 열정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눈물이 가진 거룩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 앞에서는 용서와 참회를 결심하게 됩니다. 비탄과 회한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눈물은 넋두리와 변덕, 그리고 궁지에 몰려 자신을 숨기려 하거나 천성적인 거짓말쟁이가 도구로 쓰려 해도 능숙하게 그 역할을 대신해 줍니다. 그처럼 눈물은 만인에게 만병통치약입니다.

눈물 앞에서 풀리지 않는 인생의 수수께끼는 없습니다. 우리는 연약하지만 눈물 속에서 용기와 기백, 그리고 통찰력을 얻어 냅니다. 눈물이 소름 끼칠 만큼 변화무쌍한 능력과 자질을 가졌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눈물이 아름답게 보일 때는 너무나 많습니다. 내 곁을 떠나려는 사람과 이별할 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그렇습니다. 한때, 버려 두고 외면했던 자식을 십 수년 만에 다시 만나 와락 껴안으며 자식의 등 뒤로 흘리는 늙은이의 눈물도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이 설혹 거짓이라 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눈물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눈물 자국은, 종이 위에 서툰 솜씨로 그려만 놓아도 아름답습니다.

작가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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