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30선]<29>동아시아의 역사분쟁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우리 역사를 통관해 보면 영토 의식과 역사의식은 항상 변해 왔다. 그런 변화 속에도 변하지 않는 핵심이 있었다. 삼한이 한국사의 범주인 것은 한국과 중국이 모두 인정해 왔으며 적어도 압록강 이남의 영토는 중국에서 넘보지 않았다. 이마저 부정하려는 중국의 최근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호 갈등과 분란이 끊임없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 이태진 인문대학장 추천》

“발해사는 한국사에 속할 수도 있고 만주의 역사에 속할 수도 있다.”

발해사를 국사로 보는 이들이 펄쩍 뛸 주장이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는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발해사를 연구해 온 학자지만 발해사를 민족주의적 역사학의 시각에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발해사가 왜 한국사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족주의 역사학의 틀에 갇혀서만은 고대사의 진실을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의 저변에 깔려 있다.

민족주의 역사학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이용한다. 단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중국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고양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이런 동북공정에 감정적으로 대응해봤자 논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저자는 동북공정에 진정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의 역사가 왜 한국적인지 치밀하고 실증적으로 설명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민족주의 역사학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살핀다.

이 흐름은 크게 보아 탈민족주의론, 제3의 역사론, 역사공유론으로 나뉜다. 탈민족주의 역사학은 국가와 민족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자는 것. 그러나 저자는 중국과 일본이 민족주의로 역사를 왜곡하는 마당에서 우리만 민족주의를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고구려사는 한국사도 아니고 중국사도 아니라는 제3의 역사론, 한중 양국이 역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역사공유론도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논쟁의 흐름과 한계를 보여주면서 우리 역사를 바로 볼 기회를 준다.

저자는 과도한 민족주의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민족과 국가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탈민족주의와 민족주의의 경계에 서 있는 셈이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이제 고구려사를 지나 발해사, 고조선사까지 넘나들고 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한편으로 역사학계에서는 점차 민족주의적 사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 외교는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다. 새 정부의 지도자가 역사를 모른 채 동아시아 역사분쟁을 슬기롭게 대응할 수 없다.

그래서 서울대 이태진 인문대학장은 이 책을 추천했다. 감정적 차원이 아니라 냉철하게 역사 분쟁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외교적인 갈등 못지않게 역사분쟁이 심각한 지역이 동북아시아다. 이 책만큼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분쟁 현황을 잘 정리한 책도 드물다. 역사 분쟁의 본질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하는가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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