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찬란한 여름밤 20선]<15>우주여행

  • 입력 2007년 9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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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발사대 옆 지하벙커에서 누군가가 단추를 누르면 로켓의 강력한 엔진들이 점화된다. 그 순간 캡슐 안의 사령관이 외친다. “레츠 고(Let's go)!” 유리 가가린도 똑같은 말을 했다. (중략) 엄청난 폭음 속에 로켓은 카자흐스탄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불꽃이 너무 밝아서 눈으로는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본문 중에서》

요즘 한국 우주인 선발이 진행되며 국내에서도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워낙 생소한 분야다 보니 국내에는 일반인을 위한 관련 서적과 자료가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 트라의 ‘우주여행’은 우주에 관심 많은 일반인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복잡한 설명보다 풍부한 사진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복잡한 우주 훈련과 우주선 생활은 아무리 글로 설명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우주인 되기’ 훈련과 비행 관련 사진, 그리고 미래 우주탐사 상상도에 감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주인의 인간적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주인에 대한 선입견을 책은 여지없이 깨뜨려 준다.

특히 우주인들의 인간적인 면은 다른 책에선 보기 힘들다. 재치 있는 유머와 황당한 실수담은 낯선 우주생활을 친근하게 만든다. 스피드 광으로 교통경찰에 수시로 잡힌 우주인이나 우주선 내에서 규율을 어겨 단체로 비행 정지를 당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웃음이 멈춰지지 않는다.

우주에서의 생활 묘사도 상세한 편이다. 시원하게 머리도 못 감고, 지름 13cm의 변기에서 TV 모니터를 봐야 바른 자세(?)인지 알 수 있는 ‘큰일’을 보는 과정도 소개된다. 모든 것이 둥둥 떠다녀 조금만 주의하지 않으면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우주여행이 첨단과학의 결정체임에도 웃지 못할 여러 금기사항과 징크스가 있다는 점도 신선하다. 로켓에 탑승하기 전 꼭 잠깐 내려 다른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소변을 보는 ‘의례’를 치른다는 건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과학이 아무리 진보해도 여전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우주여행.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위험을 피하고 싶은 간절한 기원과 안간힘이 담겨 있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미래 달과 화성으로의 여행은 특히 꼼꼼히 읽어 보자. 최근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 이후 다시 달 탐사를 국제공동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2020년경 달에 상주기지를 건설하고 2030년경에는 유인 화성탐사를 하자는 목표다. 이 책의 많은 상상도는 이 같은 가까운 미래의 우주탐사를 상세히 묘사해 우주탐사가 이젠 우리에게도 딴 세상 일이 아님을 보여 준다.

우주여행을 하거나 이를 위해 훈련받는 일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위험하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우주인을 꿈꾸며 자원한다. 2008년 4월이면 한국도 진짜 우주를 여행한 우주인을 배출하게 된다. 우주여행이 이젠 남의 잔치가 아니란 뜻이다. 우주를 여행한 이야기를 한국인을 통해 한국말로 듣는 일,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한국의 우주인이 우주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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