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새벽 여는 장인의 魂… 명품, 그 이상의 보석!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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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콘도티 거리의 불가리 본점. 골목 어귀 스페인광장에선 젤라토를 베어 문 오드리 헵번이 떠오른다. 불빛을 쫓아 새치름하게 매장으로 들어서는 헵번의 청초한 웃음을 상상해 본다. 사진 제공 불가리
로마 콘도티 거리의 불가리 본점. 골목 어귀 스페인광장에선 젤라토를 베어 문 오드리 헵번이 떠오른다. 불빛을 쫓아 새치름하게 매장으로 들어서는 헵번의 청초한 웃음을 상상해 본다. 사진 제공 불가리

《“내게 있어 불가리 매장에 들르는 것은 동시대 최고의 예술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앤디 워홀·미국 팝아트 화가)

그리스 에피루스에서 대대로 은 세공업을 하던 불가리 가문이 있었다.

1879년 이 가문의 청년 소리티오는 당대 문화의 중심지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노상 좌판과 남의 가게를 전전했지만 스물두 살 청년은 꿈을 잃지 않았다.

그러길 5년, 소리티오는 생애 처음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다.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불가리’가 세상에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불가리는 제품 자체로 모든 걸 말한다.

독특한 소재와 대담한 색상은 동시대 여성들의 꿈이다.

불가리를 최고의 반열로 이끈 또 하나의 힘이 있다.

창업 초기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브랜드 관리.

웨딩 링의 영롱함 속에 숨겨진 불가리의 치밀한 브랜드 전략을 살펴봤다.》

○ 본질에 충실한 일관된 브랜드 전략

불가리의 브랜드 마케팅은 창업자인 소리티오 불가리 대(代)에서부터 시작된 일종의 전통이다.

1905년 문을 연 소리티오의 매장 이름은 ‘낡은 골동품 가게(Old Curiosity Shop).’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에서 따온 이름으로 당시 이탈리아를 찾은 미국과 영국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신생 브랜드의 첫 번째 단추는 ‘친숙함’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리티오는 간파했다.

1934년에 바꾼 로고에도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로고 ‘BVLGARI’의 V는 자음의 연속 표기가 가능했던 고대 로마식을 따랐다. 혁신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되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에 바탕을 둔 클래식 이미지라는 점을 로고를 통해 전파한 것이다.

브랜드에서 예술적 희소성이 묻어나게 한 비즈니스 감각도 돋보인다.

무분별한 점포 확장보다는 기존 매장의 업그레이드에 충실했다. 1934년 문을 연 로마의 콘도티(Condotti) 본점은 외관과 인테리어 자체가 보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탈리아 백과사전 ‘엔치클로페디아 트레카니’에 실릴 정도였다. 대중화는 느렸지만 ‘불가리는 아무리 멀어도 찾아가 볼 가치가 있는 보석 상점’이라는 인상을 새겼다.

1970년대부터 본격 진출한 다른 분야에서도 불가리의 브랜드 이미지는 일관성을 지켰다. 불가리 시계는 스위스 고급시계 제조사인 ‘제랄드 젠타’를 끌어들여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함으로써 ‘팔에 차는 보석’임을 강조했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으로 신화 속 별자리를 구현한 아스트랄레 주얼리 라인이 대표적이다.

향수 라인도 마찬가지. 삼바 자스민차, 블랙 티, 백차, 홍차 등의 향을 단순히 풍기는 데서 벗어나 향수를 몸에 두른다는 발상을 시도했다. ‘몸에 뿌리는 보석’이 불가리 향수의 콘셉트다.

○ 최상의 품질이 만든 꿈의 브랜드

“리즈에게 청혼하려거든 불가리를 준비하라.”

소문난 불가리 애호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오드리 헵번, 잉그리드 버그먼 등 앞 세대 은막의 스타에서 니콜 키드먼, 제니퍼 애니스턴, 키라 나이틀리까지 수많은 여배우가 가장 사랑한 불가리는 클래식 주얼리 라인 ‘파렌테시(Parentesi)’였다.

파렌테시는 옛 로마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 1982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래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시리즈다. 골드 스프링이나 감춰진 고리를 사용해 보석의 이음새를 없앤 정밀 용해기술이 돋보인다. 편안한 착용감까지 갖춘 특급 라인이다.

불가리의 장인들 중에서도 2, 3명만 만들 수 있다는 ‘투보가스(Tubogas)’도 베스트셀러. 땜질을 하지 않고 옐로골드와 화이트골드 사이에 심을 끼운 뒤, 제품이 완성된 다음 심을 빼내는 독자적 수공기술로 만든다. 철저한 장인 정신과 대담한 디자인의 결합체라는 평가다.

뭇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이아몬드 라인의 반지도 인상 깊다. 심플한 디자인에 깔끔한 커팅이 다이아몬드를 더욱 빛나게 하는 ‘메리 미(Marry Me) 링’과 부드러운 곡선 속에 왕관의 이미지를 담은 ‘코로나(Corona) 링’은 최고의 예물 아이템이다.

불가리의 최고경영자(CEO)인 프란체스코 트라파니는 “최상의 품질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할 때 우리의 창조성이 드러나고 불가리란 브랜드가 더욱 강화된다”고 말했다. 퀄리티에 대한 고집은 불가리가 추구한 ‘꿈의 브랜드’를 만든 기반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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