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책여행]현대물리학과 신비주의(3)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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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직경은 약 1억분의 1cm!

그 크기는 대체 얼마만 한 것일까?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 비추어 그 크기를 가늠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프리초프 카프라는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ning Point·범양사·1985년)에서 그 극미한 원자세계의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 오렌지를 지구 크기만큼 확대해 보라고 제안한다. “아마도 오렌지가 지구 크기만 하다면 오렌지 원자들은 버찌만 할 것이다. 지구만 한 크기의 공 속에 수많은 버찌가 꽉 차 있는 모습! 그게 바로 오렌지 하나 속에 들어 있는 원자들의 확대된 모양이다.”

그러나 이 미세한 원자조차도 그 중앙에 있는 핵에 비하면 대단히 큰 것이라고 한다. 원자를 버찌 크기로 확대하더라도 원자핵은 너무 미세해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 원자를 축구공만큼 확대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원자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돔 크기만큼 확대해 보면 어떨까? “원자 하나가 성 베드로 성당의 돔만 하다면 원자핵은 소금 한 알의 크기만 할 것이다. 성 베드로 성당의 천장 한가운데에 있는 소금 한 알과 천장의 광대한 공간에서 그 주위를 맴도는 먼지들…. 이것이 원자의 핵과 전자들을 묘사해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원자물리학은 초미시적 세계에 깊숙이 파고들어 처음으로 사물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원자는 고래로부터 믿어왔듯이 견고하고 딱딱한 입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안에서 극도로 미세한 입자들이 핵의 주위를 빛의 속도로 운동하고 있는 공간의 광막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물체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사건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반(反)문화 운동이 거셌던 1960년대에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히피였던 카프라.

그는 자서전인 ‘탁월한 지혜’(범양사·2006년 8월 재출간 예정)에서 이 ‘고난의 시기이자 순례자의 시기’에 선(禪) 불교와 도교에 관한 책을 접하면서 현대물리학의 모델과 이미지들이 동양사상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는 데 매료되었다고 적고 있다.

물질에 대한 지식은 더는 직접적인 감각 경험에 기댈 수가 없었다. 여하한 논리적 추리로도 답을 구할 수 없었다. “자연은 어떤 명제가 아니라 단지 수수께끼를 내놓을 따름이었다. 과학자들은 원자적 실재에 대한 새로운 각성, ‘통찰’을 통해서만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들어 카프라는 양자역학의 출현이 의미하는 세계관의 근본적인 변화, 그 혁명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학계는 양자론에 대한 그의 지나치게 철학적인 해석을 못마땅해했다. 아직도 뉴턴의 고전물리학에 발을 담그고 있던 과학자들에게 그의 주장은 이단으로까지 비쳤다. 이 때문인지 그의 첫 책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은 1975년 출간되기까지 열두 곳의 출판사를 전전해야 했다.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양자역학의 논리는 거시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원자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나아가 “신비주의라는 자동차를 물리학이라는 말에 매단다면 우리는 그 자동차를 도랑에 빠뜨리고 말 것”인가?(제러미 번스타인)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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