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한국의 디자인 스쿨…다크호스 예술종합학교

  • 입력 2006년 3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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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의 이동전시버스 ‘찾아가는 박물관’.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버스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디자인했다.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동전시버스 ‘찾아가는 박물관’.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버스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디자인했다.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진주를 찾아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의 모토다.

1998학년도에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이 학교의 디자인과는 짧은 역사와 얼마 되지 않은 졸업생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학생 선발과 교육 및 연구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학교는 ‘수능시험과 실기’라는 전통적인 미대 입시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필기(국어 영어) 실기 구술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1단계 평가에서 필기(50%) 실기(40%) 고교 내신성적(10%)으로 약 2.5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실기와 구술시험을 50%씩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실기는 데생 등 입시생들이 학원이나 과외로 준비하는 규격화된 표현력이 아니라 상상력 측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2006학년도 입시에서 출제된 실기 문제는 ‘제시된 의자를 상하 180도 뒤집힌 형상을 가상해 사실적으로 표현하라’(1단계)와 ‘서울의 고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겨울 빙판길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데 유용한 신발을 디자인하라’(2단계)였다.

구술시험은 5명의 지원자가 40분간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논리력 측정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06학년도 구술시험 주제는 ‘2008년 중국 올림픽 때 디자이너가 제시할 수 있는 베스트 상품’ ‘남북통일에 대비해 디자이너가 북한을 위해 해야 할 일’ 등이었다.

학과장인 박지수 교수는 “눈에 보이는 것을 능숙히 표현할 수 있는 학생보다 미숙하더라도 ‘다르게’ 보는 학생을 원한다”며 “이를 위해 입시도 미리 준비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과 입학생 중에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미술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거나 실업고 출신도 있다. 다른 대학의 디자인과를 다니다 오거나, 직장생활을 하다 입학한 이도 많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현대자동차와 산학연계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한 차세대 스포츠카의 인테리어. 사진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박 교수는 “입학 전까지 전문적인 미술 교육은 거의 받지 않은 실업계 고교 출신 학생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디자이너로 입사했다”며 “틀에 맞춰진 대학 입시에서는 탈락했을 숨은 진주를 찾아 다듬어 내는 게 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졸업 심사도 까다롭다.

졸업 작품의 심사를 교수들이 하지 않는다. 전공별로 3명씩 현장 디자이너를 초빙해 학생들이 이들 앞에서 졸업 작품을 발표한다. 합격률은 매년 60∼70% 수준. 2005년에는 21명 중 13명이 졸업 심사를 통과했다.

이 학교는 또 연구나 프로젝트에서도 실험성이 강한 것을 선호하며 국내 최초로 ‘문화디자인’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문화디자인은 국가 도시 기업의 철학과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교수들은 문화디자인 연구의 일환으로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역사재현단지 국립민속박물관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동전시버스 디자인을 담당한 김성룡 교수는 “단순히 유물만 전시해 놓은 박물관으로는 감흥을 주기 어렵다”며 “옛 사람들의 실제 삶과 생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물관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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