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00>謂然友曰吾가 他日에 未嘗學問이오 好馳馬試劍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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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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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가 연우에게 말했다. ‘내가 지난날에 일찍이 학문을 하지 않고 말달리기와 검술을 좋아했더니 지금에 부형과 백관이 나를 만족하게 여기지 않으므로, 대사에서 예를 다하지 못할까 염려스럽다. 그대는 나를 위하여 맹자에게 물어보라’

등나라 定公이 서거하자 세자는 고대의 예법을 따라 삼년상을 치르고 싶어 했다. 그래서 然友(연우)를 시켜 鄒(추) 땅으로 가서 맹자에게 묻게 했다. 맹자는 부모의 상에는 극진히 하는 것이 옳으므로 삼년상이 옳다고 조언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세자는 삼년상을 행하려고 했으나 부로와 백관들은 근래의 慣例(관례)를 중시해야 한다면서 반대했다. 세자는 자신이 權威(권위)가 없어서 노신과 관료들이 반대한다고 여겨, 연우를 다시 보내 맹자에게 자문하도록 했다.

謂의 주어는 世子인데, 생략돼 있다. 他日은 과거의 날이나 미래의 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데, 여기서는 지난날을 뜻한다. 不我足은 짧은 부정문에서 목적어가 대명사 我라서, 그 목적어가 동사 앞으로 도치된 것이다. 恐은 세자가 염려한다는 말이다. 혹은 부형과 백관이 세자를 염려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不能盡於大事는 아버지의 상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말이다. 子爲我는 ‘그대가 나를 위해서’이다.

등나라 세자는 자신이 지난날에 학문을 하지 않고 말달리기와 검술을 좋아했다고 후회했다. 학문이란 제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공부를 뜻한다. 고려 말 禑(우)왕은 날마다 頑童(완동·분별없는 아이)들과 더불어 시위도 없이 여염에 나가 노닐자, 길 가는 사람이 龍顔(용안)을 못 알아보고 무뢰 소년이라 여겨 함부로 굴기까지 했다. 白君寧(백군녕) 등은 상소하여 ‘말달리기와 검술은 匹夫(필부)의 용맹일 따름이거늘 전하께서 어찌 배운단 말입니까?’라고 했다. 등나라 세자는 학문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형과 백관들에게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 오늘날도 각계각층의 지도자는 그 자질을 갖추는 학문을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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