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8>可以仕則仕하며 可以止則止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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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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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가 伯夷(백이)나 伊尹(이윤)과 비교하여 선생님은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백이와 이윤의 행동양식이 서로 달랐다고 지적했다. 맹자에 따르면 백이는 ‘섬길 만한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고 부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아서, 세상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물러났다’. 이에 비해 이윤은 ‘어느 분을 섬긴들 온당한 군주가 아니며 어느 사람을 부린들 온당한 백성이 아니겠는가 하여, 세상이 다스려져도 나아가고 세상이 어지러워져도 나아갔다’. 이어서 맹자는 백이와 이윤의 행동양식은 다시 공자의 행동양식과 상당히 달랐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공자의 현실 참여 방식을 설명했다. 곧 백이와 이윤이 서로 ‘不同道(부동도·도를 같이하지 않다)’했음을 밝힌 후 다시 백이 및 이윤이 공자와 ‘不同道’했음을 덧붙인 것이다.

可以仕則仕, 可以止則止, 可以久則久, 可以速則速은 짜임이 같은 구절을 넷이나 연결했다. 이렇게 유사한 구나 문장을 여럿 중첩하는 한문의 수사법을 類句法(유구법)이라고 한다. 可以는 가능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동사구로, 실상 可와 같다. 仕는 벼슬길에 나가 관직을 담당함, 止는 벼슬을 그만둠, 久는 오랫동안 같은 조정에서 벼슬함, 速은 속히 벼슬을 떠남이다.

백이는 자기 원칙을 지켜서 淸節(청절)을 고수하고, 이윤은 可와 不可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오직 義(의)를 따르는 無適無莫(무적무막)의 태도를 지켰다. 하지만 맹자는 進退(진퇴·벼슬길에 나아가고 벼슬길에서 물러남)의 문제와 관련해서 그 둘의 행동양식을 온전하다고 보지 않았다. 공자의 時中(시중·시의에 적절하게 중용의 자세를 지킴)을 가장 올바르다고 본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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