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5>乃屬其耆老而告之曰狄人之所欲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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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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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文公(등문공)은 온 힘을 다해 事大를 해도 나라를 보존하기 어렵다고 여겨 맹자에게 적의 침략을 면할 방도를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옛날 周나라 조상이었던 大王(태왕)이 빈(빈) 땅에 거주할 때 狄人의 침략을 받자 부득이 岐山(기산) 아래로 이주했던 사실을 예로 들어 군주가 취해야 할 방도를 간접적으로 말했다. 우선 여기서는, 토지는 백성을 기르기 위한 수단이므로 외적이 토지를 원하여 그 때문에 백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토지를 버릴 수도 있다는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乃는 앞의 말을 순차적으로 잇는 접속어이다. 屬(촉)은 會集(회집·한데 모음)의 뜻이다. 耆老(기로)의 耆는 60세 노인, 老는 70세 노인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춘추가 높은 임금이나 70세가 넘은 文官의 정2품 이상 되는 노인을 위해 耆老所(기로소)를 설치해 대접했다. 所以는 수단을 가리킨다. ‘君子는 不以其所以養人者로 害人이라’는 말은 당시 전하는 교훈의 말인 듯하다. 토지는 본래 물건을 생산하여 사람을 기르는 것인데 지금 토지를 외적과 다투어 사람을 죽인다면, 이것은 사람 기르는 수단을 가지고 사람을 해치는 셈이 된다는 뜻이다. 二三者는 여러분이란 뜻이다. 何患乎無君은 어찌 군주가 없음을 걱정하는가, 별도로 군주를 세우면 되지 않는가라는 뜻이다. 我將去之는 내가 장차 이곳 빈 땅을 떠나겠다는 말이다.

‘군자는 사람 기르는 수단인 토지를 가지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말은 맹자의 문맥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토지는 수단이다. 토지 정비와 건축 사업도 중요하지만 국가는 사람을 근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새삼 확인해야 할 시기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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