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95>孟子對曰凶年饑歲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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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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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라 목공은 노나라와의 전투에서 패하여 33명의 장교를 잃은 후 백성인 군졸들이 장교들을 구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통쾌하게 여긴 사실을 두고, 그들을 어떻게 처단해야 좋겠느냐고 맹자에게 물었다. 맹자는 백성들을 처단하는 일을 말하기는커녕 평소 관리들이 태만해서 백성들을 잔학하게 대한 사실을 지적했다.

凶年은 凶作(흉작)의 해, 饑歲는 饑饉(기근) 든 해를 말한다. 轉乎溝壑은 굶주려서 전전하다가 시신이 되어 구렁텅이와 골짜기에 뒹구는 것을 뜻한다. 散而之四方의 之는 ‘가다’는 뜻의 동사이다. 倉(늠,름)(창름)은 곡식 창고, 府庫(부고)는 재물 창고. 實과 充은 모두 ‘가득하다’는 뜻이다. 莫以告는 그 사실을 아뢴 자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의 以는 ‘백성들이 죽어가는 사실’을 목적어로 하는 개사(전치사)인데, 그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다. 上은 군주와 有司를 가리킨다. 慢은 怠慢(태만)이다. 殘은 잔학하게 대하여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군졸들이 장교의 죽음을 구원하지 않거나 백성들이 관리의 고통을 통쾌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군주와 관리들이 평소 태만하여 백성들의 고통을 알려고 하지 않아 결국 백성들을 잔학하게 대해 왔기 때문이다. 慢而殘(만이잔) 세 글자야말로 현대의 지도자와 관리들도 경계해야 할 말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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