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73>孟子見齊宣王曰所謂故國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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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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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梁惠王(양혜왕)·하’ 제7장이다.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전통 있는 나라란 累代(누대) 勳舊(훈구)의 신하인 世臣이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고 전제하고, 제나라에는 그런 世臣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군주와 더불어 좋고 나쁨을 함께하는 親臣(친신)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故國은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온 나라로, 전통 있는 나라를 가리킨다. 喬木은 큰 나무이다. 世臣은 대대로 벼슬을 살아서 勳功(훈공)을 쌓아온 집안 출신의 신하이다. 非謂有喬木之謂也에서 非謂는 ‘∼라는 뜻이 아니다’이니, 그 謂의 목적어가 有喬木之謂이다. 親臣은 군주가 마음으로부터 친하게 여겨 신뢰하는 신하이다. 昔者는 지난날로, 뒤의 今日과 대조를 이룬다. 所進은 ‘등용한 바’이다. 其亡은 등용했던 그 신하가 逃亡(도망)해 버림을 가리킨다.

주자(주희)는 이렇게 말했다. “喬木과 世臣은 모두 故國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들이지만 故國이 故國인 이유는 이 世臣에 있지, 저 喬木에 있지 않다. 어제 등용한 사람이 오늘 도망한 자가 있는데도 알지 못한다면 이것은 친한 신하도 없는 것이니, 하물며 世臣의 경우에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전국시대의 제후국에서는 관직의 세습이 정권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했다. 그런데 군주가 신하를 임명할 때 詳審(상심·자세하게 살핌)하지 않아서, 자신이 등용한 신하가 도망하거나 誅罰(주벌·처벌을 받아 죽임을 당함)되는 일이 많았다. 맹자는 用人(용인·인재등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世臣과 親臣의 의의를 부각했다. 오늘날에는 관직의 세습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사회에 공을 세운 지도층의 집안에서 다시 인재가 나온다면 그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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